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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아시아나 합병 후 큰 그림...조원태 회장의 통큰 투자

산업 항공·해운

아시아나 합병 후 큰 그림...조원태 회장의 통큰 투자

등록 2024.03.27 08:21

수정 2024.03.27 09:37

박경보

  기자

'보잉 선호' 대한항공, 18조원 들여 에어버스 33대 구매아시아나 85%는 에어버스···정비·조종사 운영 효율화 포석 친환경 항공기로 세대교체···강화되는 환경규제 선제 대응

아시아나 합병 후 큰 그림...조원태 회장의 통큰 투자 기사의 사진

보잉 중심의 기단을 운용하는 대한항공이 33대에 달하는 에어버스 항공기를 18조원에 사들인다. 업계 안팎에선 대한항공이 보잉787이 아닌 A350을 도입하는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경영효율 면에서 유리하진 않지만 "무엇을 포기하든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성사시키겠다"는 조원태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A350-1000 27대, A350-900 6대 등 에어버스 항공기 33대를 18조4660억원(137억6520만달러)에 구매한다. 노후 항공기 교체 및 차세대 중대형 여객기 도입을 통한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A350를 들여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에어버스가 아닌 보잉 항공기를 중심으로 기단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총 138대다. 이 가운데 보잉 항공기는 82대로, 전체의 약 60% 가량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은 737, 747, 777, 787 등 다양한 보잉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보잉 777-300ER은 대한항공이 무려 25대나 운용 중인 기체다.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기단으로는 A220, A321, A330, A380 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에어버스 비중 압도적···LCC는 기체 일원화


기단 규모가 작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정비인력과 부품조달, 조종사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체를 일원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콕핏(조종실)은 전혀 다르게 설계돼 있어 서로 다른 기체를 조종하거나 정비하려면 추가적인 훈련이 필요해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보잉보다 더 능동적으로 조종에 개입하도록 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42대 기단 전체를 보잉 737 시리즈로 꾸렸다. 진에어 역시 737, 777 등 보잉 항공기 28대를 보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운용 중인 30대의 항공기 가운데 27대를 보잉 737 시리즈로 채웠다. 반면 에어버스 A330은 3대에 불과하다. 에어부산은 보잉이 아닌 에어버스로만 23대 규모의 기단을 구성했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는 에어버스 A35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대한항공이 도입하는 에어버스 A35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보잉 위주의 기단을 보유한 대한항공이 굳이 30대가 넘는 에어버스 기체를 들여오는 데에는 다양한 배경이 숨어있다. 먼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이 에어버스 기체 확대에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달리 에어버스를 중심으로 기단을 구성한 대형 항공사(FSC)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전체 여객기 70대 가운데 에어버스 기체는 59대(84.2%)에 달한다. 보잉과 에어버스 비중이 6대4인 대한항공보다 한 쪽으로 더 치우쳐 있는 구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진 통합 항공사는 에어버스를 중심으로 기단이 재편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계약을 맺은 33대 외에도 에어버스 A321네오 50대를 새롭게 들여올 계획을 갖고 있다.

보잉은 지난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737 맥스의 추락사고 이후 항공기 시장 내 위상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특히 보잉은 같은 해 호주 콴타스항공이 추진한 '프로젝트 선라이즈'에서도 에어버스에 패배하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결함 논란 등 잇따른 사건·사고의 영향으로 에어버스에 밀리는 모양새다.

프로젝트 선라이즈는 역대 최장거리(1만7000km 이상) 직항 노선인 시드니~런던 노선의 투입기종 선정 프로젝트로, 에어버스 A350-1000이 최종 확정됐다. 에어버스 A350-1000은 이번에 대한항공도 27대나 구매하는 기종이다.

"적은 연료로 더 멀리"···보잉 경년항공기 대체하는 A350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비중을 늘리는 두 번째 배경은 기단의 노후화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168대(화물기 포함) 가운데 기령이 20년이 넘은 경년항공기는 29대(17.2%)다. 기령 15년 이상의 항공기(13대)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기체 수가 가장 많은 777-300ER 가운데 8대는 이미 기령 10년을 넘어섰다.

항공기의 내구연한은 사실상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지난 2015년 항공사들과 경년항공기 자발적 송출협약을 체결한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기령이 20년에 도달하기 전에 항공사 스스로 퇴역시키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하는 에어버스 A350 기체는 많은 승객을 태우면서도 적은 연료로 긴 거리를 운항할 수 있는 차세대 항공기다. 350~410명의 승객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고, 동체의 50% 이상을 탄소복합소재로 제작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은 25%나 줄였다.

특히 A350-1000 기체는 현존하는 여객기 가운데 운항거리가 가장 길다. 효율을 크게 개선한 덕분에 승객과 짐을 꽉 채우고도 최대 1만6,000km 이상 운항할 수 있다. 인천을 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JNB)까지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거리다.

효율이 높은 에어버스 기체로 기단이 재편되면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도 선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기의 탄소 배출 비중은 전체의 3% 미만이지만, 이동수단 중에선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의회는 해운업과 항공운수업을 탄소배출량 감축 업종에 포함하는 내용의 탄소배출거래제도(EU ETS)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 배출권을 사들여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 강화로 항공사들은 SAF(지속가능항공유)를 의무로 써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연료비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며 "기존 경년기를 대체하는 최신 항공기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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