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투협 회장 “한국을 아시아 펀드산업 메카로”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0일 “우리 체질에 맞는 ‘금융 허브’를 만들어나갈 때가 됐다”며 “우리나라가 아시아 펀드 산업의 메카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회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자산운용 시장, 펀드 시장이 커진 만큼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제 새로운 금융 허브 전략을 세울 때가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 금융 허브라는 구성을 내놨으나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큰 진전 없이 정체 상태다.

황 회장은 “뉴욕, 런던 같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모여 모든 상품을 다루는 종합 금융 허브도 있지만 기능에 따른 다양한 금융 허브가 있다”며 자산 운용 중심지인 싱가폴형 금융허브, 자산운용 서비스를 하는 룩셈부르크형 금융허브 등을 우리의 롤모델로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체 연금 시장의 팽창 속도가 빠르며 지리적으로 베이징, 도쿄와 두시간 거리에 있다”며 “IT 인프라, 영어에 능통한 젊은이, 온화한 기후, 치안 등 금융전문가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있어 아시아 펀드산업의 메카가 될만한 여건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 펀드시장은 팽창 속도가 빠르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 펀드 시장은 혼합채권형 펀드(-3조9000억원)를 제외한 모든 유형의 펀드 순자산이 증가했다. 전체 펀드의 순자산은 전년 말 대비 36조6000억원 증가한 499조1000억원, 설정액은 24조4000억원 증가한 493조7000억원 기록했다.

다만 이에 앞서 제도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황 회장은 “외국 투자자들에 대해 우리 자본 시장을 채우는 동반자로 생각해 ‘웰컴(Welcome)’ 정책을 펴는 동시에 많은 장애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며 “이로써 그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경쟁을 하면서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크는데 작업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 자본시장법과 규재가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미지의 신세계를 찾아가는 모험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동서남북만 표시되는 나침반만 필요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자본시장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므로 법과 규정 같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나침반을 보고 상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구해가는 문화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황 회장은 전문 투자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회장은 “투자자 보호에 관한 규정은 일반 개인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를 구분해 일반 투자자 상품 판매, 권유, 사후관리 등은 더욱 촘촘하게 관리해야하는 반면 전문투자자에 대한 보호, 상품 사전 검열 등은 필요가 없다”며 “전문 투자자 시장은 완전히 자유롭게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역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황 회장은 당부했다.

황 회장은 “일부 사람들이 고객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 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금융권에서의 고객의 신뢰 수준을 살펴보면 은행, 보험 그 다음에 증권이 온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은 은행과 달리 원금 손실과 불규칙한 수익성의 투자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은행보다 더 높은 신뢰를 얻긴 어렵다”면서도 “위험한 상품을 팔면서 고객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면 고객들도 증권사를 믿게 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에 따르면 펀드 판매 채널별 비율이 일본에서는 은행과 증권사가 50대50인 반면 우리나라는 80대20인 수준이다.

그는 “국민들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노력을 5년만 갖춰가면 새로운 차원의 자본시장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황 회장은 올해 출범하게 될 초대형IB와 관련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WM(Wealth management, 자산관리)와 IM(Investment banking, 기업금융)로 기능 중심적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며 “채널이 중요한 WM은 은행 출신들이, IM에는 증권업 출신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처럼 앞으로 은행과 초대형IB가 협업을 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초대형IB가 뿌리를 내리고 발전을 하도록 다른 업권에서도 격려와 성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