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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아시아나 매각 불발 ‘플랜B’ 만지작

HDC현산에 두차례 내용증명…협상재개 독촉
M&A 무산시 계약금 관련 소송 증거로 활용 가능
채권단, 매각주도권 받아…계약금 2500억 묶인 돈
계좌 담보차입 등 현금 마련…구주대금 관련 협상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합병(M&A) 무산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매각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은 채권단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이미 받은 계약금에 더해 약간의 현금만 더 챙기더라도 큰 손해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재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에 ‘한달 내로 아시아나항공 딜 클로징(거래 종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4일 선결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으니 계약을 끝내자고 하자고 요구한 데 이은 두 번째 내용증명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이 같은 행보는 HDC현산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 풀이된다. HDC현산은 M&A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초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6월27일까지 딜을 끝내기로 했다. 하지만 인수 선행조건인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면서 딜 클로징 시점도 미뤄졌다. HDC현산이 결합심사를 신청한 6개국 가운데 가장 늦게 승인을 내 준 러시아는 이달 2일 오후 11시께 심사 통과를 통보했다.

양사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이 거래종결 시점이다. 이에 따른 공식적인 M&A 종료일은 지난 12일까지였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진술·보장이 진실해야 하는 등 다른 선행조건이 충족돼지 않았다”며 협상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또 채권단 측에 인수 조건 조정을 주장해 놓고, 요구 사항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내용증명은 서둘러 협상에 임하라는 독촉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향후 M&A 무산에 대비해 책임소재를 가리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쳤다는 점 역시 법적다툼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HDC현산이 딜 진행에 있어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고, 협상 결렬의 최종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금호산업이 노릴 수 있는 차선택은 HDC현산으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사수하는 것이다.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SPA를 체결하면서 계약금 총 2500억원을 에스크로(조건부 인출가능) 계좌에 납입했다.

채권단은 매각 주도권을 넘겨받고, 금호산업과 한 편에 서서 계약금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산업은 당장 계약금을 빼낼 수 없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단으로 손을 벌려야 한다. 에스크로 계좌를 담보로 차입을 늘리거나, 아시아나항공 지분 권리 전부를 채권단에 넘기는 방식이 거론된다.

HDC현산이 당초 약속한 구주대금(3200억원)만큼을 충당하기 위해선 채권단과 추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금호산업도 채권단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고강도 구조조정과 몸값 올리기 등의 작업을 거쳐 재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악에 이른 항공업황이 안정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며 “금호그룹과 채권단 모두 우선 계약금부터 챙기자는 쪽으로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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