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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9-09-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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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생명, 퇴직연금 딜레마…1년만에 되살아난 ‘악몽’

푸본현대생명 지급여력(RBC)비율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9월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새롭게 출범한 푸본현대생명의 ‘악몽’이 1년여만에 되살아났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시절 퇴직연금에 의존하는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격적인 퇴직연금 영업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선제적 자본 관리에 실패한 푸본현대생명은 뒤늦게 내년 1분기까지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6월 말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221%로 3월 말 304%에 비해 83%포인트 하락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재무건전성 지표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지난해 6월 말 148%까지 떨어졌던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은 올해 3월 말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하락세로 돌아섰다.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면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뀐 지 1년여만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9월 당시 최대주주 현대차그룹과 2대 주주 푸본생명이 참여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현재의 사명으로 재출범했다. 현대차그룹 지분을 나눠 갖고 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 중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최대주주가 푸본생명으로 바뀌었다.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이 급락한 것은 주력 사업분야인 퇴직연금 신용위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지급여력기준금액 산출 시 퇴직연금 신용위험액 반영 비율이 35%에서 70%로 상향 조정돼 신용위험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계열분리 전 사실상 계열사 퇴직연금 인수에 의존해 회사를 유지했던 푸본현대생명은 최대주주 변경 이후 퇴직연금 영업을 더욱 강화했다.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6월 말 5조551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6748억원으로 1조1231억원(20.2%) 증가했다.

이는 업계 1위사 삼성생명(18조285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위사 한화생명(5조2969억원), 3위사 교보생명(4조4131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상반기(1~6월)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1조1015억원으로 전년 동기 4084억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로 그만큼 신용위험액이 늘면서 RBC비율이 하락했다.

RBC비율은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로 산출한다.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요구자본인 신용위험액은 증가한 반면, 가용자본인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576억원에 비해 456억원(79.2%) 급감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2012년 현대차그룹이 옛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현대라이프로 출범한 이후 퇴직연금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다각화하지 못하고 있다.

계열분리 전인 2017년 12월 말 퇴직연금 적립액 5조9658억원 중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거래액은 2조1304억원으로 35%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 신용위험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선제적 자본 관리에 나서지 않았다.

저금리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로 지급여력금액이 늘었지만 지급여력기준금액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했다.

퇴직연금 적립액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의 RBC비율은 올해 6월 말 RBC비율은 357.2%로 3월 말 338.7%에 비해 18.5%포인트 상승했다.

푸본현대생명은 뒤늦게 내년 1분기까지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9일 이 중 일부인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했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2000억원 한도 내에서 필요 시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당기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퇴직연금 적립액이 늘어나더라도 20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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