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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8-01-23 13:44

美 세이프가드에…정, “WTO 제소, 양허정지 신청” 강력 대응

23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민관합동대책회의 주재
WTO 세탁기 분쟁 승소 한국, 7600억원 손해액 산정
“WTO 협정에 위배…세이프가드 요건 충족 못해”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리는 국내 세탁기 및 태양광 업계와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부당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과거 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동시에 보상 논의를 위해 미국에 양자협의를 즉시 요청할 예정이며 적절한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정지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22일(현지시간) 제네바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WTO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양허정지는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무관세 또는 관세인하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합리적 이행 기간 내에 WTO DSB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의 한국 수출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치를 신청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모두 7억1100만 달러(76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산정했다. 이 금액만큼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상계관세 1.85%는 별도), 13.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WTO는 미국이 덤핑마진을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제로잉 방식’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고 판단했다. 제로잉은 WTO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

미국은 제로잉 방식에 제동이 걸리자 한국산 세탁기를 첫 사례로 삼아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관세를 매겼지만 역시 패소했다.

미국은 규정에 따라 작년 12월 26일까지 WTO 판정을 이행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따르지 않자 한국 정부는 분쟁 당사국에 주어진 권한에 따라 WTO 다시 보복관세 부과 허용을 신청했다.

WTO 협정은 승소국이 패소국의 판정 미이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승소국에게 양허정지 신청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양허정지 신청은 미국 측의 조속한 판정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WTO 협정이 모든 회원국에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를 적시에 행사하는 취지다.

또한 이날 김 본부장은 “한국산 세탁기를 수입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이번 조치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제품은 심각한 산업피해나 위협 원인이 아닌 만큼,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에 한국에서 생산한 세탁기 제품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 본부장은 “WTO 상소기구 재판관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발동 조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려면 급격한 수입의 증가와 국내 산업의 심각한 피해, 그리고 이들간의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며 “세탁기의 경우 미국 제소업체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율 추이를 볼 때 심각한 산업 피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광의 경우에도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미국 태양광 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풍력과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 격화와 경영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임에도 이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며 “우선 부당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서는 WTO에 제소하고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우리측 양허정지 요청 금액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양측을 중재하는 WTO 절차가 개시됐다. 우리 측 DSB 양허정지 요청에 대한 승인도 WTO 중재 판정 결과가 나온 이후 시점으로 유보됐다. 중재 판정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정부는 보복관세 부과 승인이 나면 시장 상황을 고려해 관세 부과 상품 등을 선정할 방침이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WTO에서 패소해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면 실효성이 없다”며 “WTO 제소는 이기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해 규모에 대한 손해배상도 없다. 지금부터 소송을 걸어도 이기는 시점까지 발생하는 피해는 구제 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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