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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한전부지 매입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현대차그룹 한전부지 매입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록 2014.09.26 18:13

수정 2014.09.26 18:15

정백현

  기자

양재동 본사 포화 상태 장기화···부지 매입으로 신사옥 갈증 풀어삼성동 부지 현재 가치·미래 가치 따지면 최대 30조원 넘을수도기업 유보금 재투자로 공기업·지자체 모두에 이득 되는 ‘윈윈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 권한을 갖게 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 사진=뉴스웨이DB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 권한을 갖게 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 사진=뉴스웨이DB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금싸라기 땅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의 새 주인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돌아갔다.

현대차그룹은 26일 한국전력 측과 삼성동 부지를 입찰액 그대로인 10조5500억원에 매입하기로 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이 부지 매입을 놓고 재계는 물론 사회 안팎에서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특히 좋은 추측보다는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반 대중의 단순한 시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감정가 3조원대의 땅을 3배나 더 높은 금액으로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었느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입장을 따지고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부지 매입이 단순한 ‘땅놀이’가 아니라 미래 백년대계를 책임질 당위적 선택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삼성동 부지, 현대차에게 꼭 필요했나? =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서울 양재동 본사를 삼성동으로 옮겨 새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일반 대중들은 삼성동 신사옥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실상을 알고 보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뒤 농협으로부터 양재동 하나로마트 옆 부지에 지어진 21층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이후 계동 사옥을 떠나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러나 그룹의 사세가 커지면서 양재동 사옥은 얼마 못 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4월을 기준으로 집계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총 57개에 달하지만 양재동 사옥에 입주한 계열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회사 환경 상 들어오지 않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입주하고 싶어도 현재 건물이 좁아서 못 오는 계열사들이 많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현대모비스는 본사를 서울 역삼동에 두고 있다. 자가 건물이 아니라 역삼역 사거리의 오피스 건물에 세입자 신세다. 회사 경영을 위해 사옥을 마음대로 쓰고 싶어도 까다로운 건물주의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톱5 자동차 전문 기업을 노리는 현대차그룹이지만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옥이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과거 구의동 뚝섬 일대에 초대형 신사옥 건립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삼성동 부지를 더더욱 애타게 원했던 것이다.

◇10조5500억원, 돈거품 vs 합당한 가치 = 세인들의 생각에서 볼 때 10조5500억원은 범접하기 어려운 거액이다. 그러나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의 규모가 30조 이상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흔쾌히 입찰신청서에 써낼 수 있는 금액이다.

무엇보다 삼성동이라는 지역의 가치를 주목해볼 만하다. 삼성동은 서울의 중심이자 강남의 중심이다. 하루에도 수십만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서울의 랜드마크다. 인근 테헤란로와 잠실 종합운동장 등을 연계해서 개발할 경우 엄청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2008년 리먼쇼크 이후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삼성동의 땅값은 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떻게든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땅이라는 증거다.

현대차그룹이 3조원대 감정가의 이 땅을 3배나 많은 값에 사들인 것은 10조원을 투자해 30조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다.

당장의 개발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현대차그룹의 생각대로 이 땅이 오피스 업무와 자동차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결합된 종합 비즈니스센터로 탈바꿈할 경우 땅값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설령 나중에 이 땅을 판다고 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몽구 회장은 배임 혐의자? =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한전 부지 매입으로 거액의 손해를 입었고 이 손해가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입찰가를 직접 정한 정몽구 회장에게 배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과 재계 입장은 다르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긴 했지만 부지 매각으로 회사 전체의 잠재적 가치까지 손상된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을 배임 혐의자로 보는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향후 이 부지 때문에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아직 이 부지에 어떤 것도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정 회장을 배임 혐의자로 몰고 가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대차-한전-서울시, 모두가 승자 =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매각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방만경영 탈피를 꾀하고 있는 한국전력과 도시 품격 강화를 노리는 서울특별시 모두에게 ‘윈윈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부지 매입을 통해 신사옥 건립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었다. 더구나 정부가 입이 닳도록 외치고 있는 ‘사내유보금의 재투자’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생겼다. 과세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지만 정부의 요구대로 엄청난 돈을 시장에 풀었기 때문이다.

‘한국형 아우토슈타트(자동차 박물관과 자동차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결합된 공간)’ 건립으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5위면서도 자동차 기업의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전은 부지 매각으로 빚더미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예상됐던 4~5조원을 넘어 10조원의 현금을 쥐게 됨으로써 부채 해결은 물론 전력시설에 대한 효율적 관리와 그에 대한 재투자가 가능하게 돼 전력산업의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번듯한 랜드마크를 갖게 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 관광도시로 이름값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는 지리적 여건과 건물의 기능 등 여러 측면에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는 여지를 갖췄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서울의 경제도 덩달아 활성화될 수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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