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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사명 바꾸는 바이오 1세대···속내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사명 바꾸는 바이오 1세대···속내는?

등록 2024.03.18 16:26

유수인

  기자

'임상실패' 논란 헬릭스미스, '제노바인테라퓨틱스'로 변경작년 말 바이오솔루션이 인수···"경영쇄신 목적"레고켐바이오→리가켐 "글로벌 성장 위한 것"

헬릭스미스는 '제노바인테라퓨틱스'로 사명을 바꾸기 위해 오는 28일 서울 강서구 소재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2호 의안으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사명 변경)을 상정했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헬릭스미스는 '제노바인테라퓨틱스'로 사명을 바꾸기 위해 오는 28일 서울 강서구 소재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2호 의안으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사명 변경)을 상정했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국내 1세대 바이오텍들이 사명변경을 통해 새 출발을 예고하고 나섰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계의 선구자로 꼽히는 헬릭스미스는 '제노바인테라퓨틱스'로 사명을 바꾸기 위해 오는 28일 서울 강서구 소재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2호 의안으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사명 변경)을 상정했다.

회사 측은 사명 변경 이유에 대해 "사업 구조 개편 및 경영 쇄신을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된다면 회사는 1996년 설립 이후 세 번째로 사명을 바꾸게 된다.

헬릭스미스는 서울대 교수였던 김선영 전 대표(전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학교 내 창업으로 시작한 1호 바이오 기업으로, 바이로메디카퍼시픽으로 설립된 후 1999년 사명을 바이로메드로 변경했다.

이후 회사는 2005년 12월 코스닥 상장 등을 거치며 2019년 4월 헬릭스미스로 사명을 바꿨다.

헬릭스미스가 또 다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배경엔 임상 실패와 매각 이슈로 실추된 이미지에 있다.

통상 기업들은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중대한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사명변경을 추진하곤 한다.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할 때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명을 통합하는 경우도 있고, 신규 사업이나 글로벌 시장을 진출할 때 더 쉽게 인식되기 위해 바꾸는 사례도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소액주주들과 수차례 분쟁을 벌이는 한편, 두 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등 경영권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대표 등 헬릭스미스 경영진은 지난 2022년 말 돌연 카나리아바이오엠에 350억원 규모의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을 넘기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헬릭스미스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자회사인 세종메디칼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매입했다.

이를 확보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자기자본 50억원을 들여 헬릭스미스의 유상신주를 사들였고, 이에 김 전 대표는 헐값에 회사를 매각했다는 소액주주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8일 또 한번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바이오솔루션이 헬릭스미스가 단행하는 366억원 규모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

바이오솔루션은 2000년 설립돼 2018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다. 자가연골 세포치료제 '카티라이프'를 비롯해 첨단바이오의약품 및 바이오 융합소재 전반에 걸쳐 연구 및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헬릭스미스가 발행하는 신주 746만7405주를 취득, 15.22%의 지분을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헬릭스미스가 또다시 회사 매각을 추진한 이유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투자금 집행을 수차례 미뤄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에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기로 했으나 수차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미뤄졌다.

경영권이 옮겨지는 동안 핵심 파이프라인 '엔젠시스'(VM202)는 DPN(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시험 3상(3-2상, 3-2b상)에서 주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했다. 엔젠시스는 지난 2019년 헬릭스미스의 시가총액이 4조원대에 달할 수 있게끔 이끌었던 물질이다.

해당 임상은 첫 주사 후 180일째 혹은 365일째에 주평가지표를 분석하는 '3-2'와 '3-2b'의 두 개 연구로 나눠졌다. 주평가지표는 첫 투약일을 기준으로 각각 180일, 365일째에 지난 7일 간의 일평균 통증수치를 위약군과 대비해 차이를 조사했다. 다만 헬릭스미스는 이번 톱라인 데이터 분석에서 엔젠시스 투약군이 위약군 대비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솔루션은 헬릭스미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헬릭스미스의 유전자전달체 기술을 접목시켜 세포치료제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14일 임시주총을 열고 바이오솔루션측 인물들로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헬릭스미스 이사회엔 바이오솔루션의 최대주주인 장송선 대표, 정지욱 바이오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사내이사로, 박재영·임진빈·서경국 등이 사외이사로 합류하게 됐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김선영 전 대표와 유승신 전 대표, 윤부혁 전 대표, 김정만·조승연 사외이사 등은 각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헬릭스미스는 사명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솔직히 말하고 컨셉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사명 변경만으로는 이미지 쇄신이 어려울 수 있다. 경영진 관점이 아닌 주주들과 산업적 관점에서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1세대 바이오텍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성과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릭스미스와는 반대로 잇따른 호재에 의해 사명변경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는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에 관한 건을 의안으로 다룰 예정이다.

다만 글로벌에서 주로 쓰이고 있는 영문사명 'LCB(LegoChem Bio)'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레고켐 측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 브랜드 신뢰도와 법적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다"며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명확히 구축하고 기존 법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해 글로벌 성장에 대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차세대 ADC(항체-약물접합체) 원천기술을 통해 항암제를 연구개발하고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가진 바이오 기업이다. 김용주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들은 '내 손으로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LG생명과학에서 나와 2006년 5월 레고켐바이오를 설립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창업 후 국내외 연구인력 확보에 집중하며 R&D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난 2013년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후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들과 맺은 기술이전 계약은 총 13건, 최대 8조 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다국적 제약사 얀센과의 글로벌 기술이전, 오리온의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풍부한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 ADC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ADC 항암제가 급부하고 있어 'VISION 2030' 조기달성 전략을 마련하고 연간 4~5개 후보물질 발굴, 5년 내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레고켐의 이번 사명 변경이 지난해 덴마크 완구기업 '레고(LEGO)'가 제기한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한 영향도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유명한 완구회사 레고(LEGO)와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회사명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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