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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多규제에 발목 잡힌 정비사업···도심공급 막히나

부동산 도시정비 빨간불 켜진 공급대책

多규제에 발목 잡힌 정비사업···도심공급 막히나

등록 2023.11.29 18:18

장귀용

  기자

재초환 개정 등 규제 완화책 법안소위 통과···국회 종료 앞두고 극적타결금리‧원자재값 인상 따라 비용 늘었는데···무리한 기부채납까지 발목강서·도봉·노원 등 중층 재건축 직격타···사업추진 두고 주민갈등도

관악산 선유천 국기봉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사진=장귀용 기자관악산 선유천 국기봉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사진=장귀용 기자

도심 내 주택 공급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심공급수단인 정비사업이 각종 규제와 금리 및 공사비 상승 등 대외여건 악화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기부채납을 부분적으로 완화해 리스크를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다수의 법안이 연내 제정될 전망이다. 이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관해서다.

당초 여야는 해당 법안들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지만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연내 통과에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빛을 보게 됐다. 21대 국회는 12월 9일을 끝으로 정기국회가 종료된다. 이날 전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계류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조성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의 택지를 정비할 때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이번에 소위를 통과한 만큼 30일 본회의나 내달 1일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재초환 완화안은 22일 법안심사소위 때까지는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지만,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재초환은 재건축사업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때 이익금의 10~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부담금 면제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자는 입장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을 수용해 면제기준을 8000만원으로 하기로 했다. 부담금 부과구간에 대해서도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다만 조합 등 일선 현장에선 급격히 오른 사업비 부담을 줄여줄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재초환은 일반분양이 많고 분양가도 높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고 대다수 단지는 공사비 인상과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상승으로 분담금이 올라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기부채납을 완화해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과 5층 이하 저층 재건축이 주류이던 시절엔 기부채납을 통해 개발이익을 공공에서 일부 환수한다는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최근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땅값이 낮은 서민주거지가 대부분인데다 부지면적 대비 조합원 수가 많아 사업성이 좋지 못한 곳이 많다"고 했다.

업계에선 임대주택 공급액의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표준건축비'가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공사비 기준이 되는 '기본형건축비'의 57%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조합이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품질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것.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면 일정 용적률을 임대주택으로 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에 매각해야 한다. 표준건축비는 이 매각비용을 산정할 때 공사비의 기준이 된다. 업계관계자는 "임대주택 공급단가 자체도 실제 비용과 괴리가 큰 데 지하층 공사비는 아예 포함이 안 되고 있다"면서 "용도구역 종상향 해 용적률을 높일 때도 토지는 기부채납 하는 것으로 봐 땅값을 쳐주지 않고 있어 실익이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합은 공원녹지법에 따라 공원을 조성해서 기부채납 해야 하는데, 이를 받은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용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공원이 너무 늘어나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택지지구 내 단지 등 첫 조성당시 인근에 공원을 조성하고 그 비용을 부담한 단지들에선 '중복 몰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원녹지법은 1000가구 이상 주택을 조성할 때 부지의 30~40%를 녹지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대로라면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1번 하면 부지가 70%로 줄어들고, 2번 하면 49%, 3번 하면 34.3%로 줄어들게 된다"면서 "공원 기부채납만 합리화해도 개별분담금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규제 완화가 늦어지고 사업성도 악화하면서 곳곳에선 정비사업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예상 분담금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사업추진을 포기하거나 조합 임원이나 시공사를 해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기 신도시들과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 지역인 노원구 상계지구와 도봉구 창동지구, 강서구 가양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노원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25일 소유주 전체 회의를 열고 시공사인 GS건설의 선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약 5억원으로 추정된 예상 분담금을 받아든 주민들이 시공사와 정비사업협의회 임원들을 해임한 것.

상계주공5단지는 용적률이 93%에 불과하지만 기존 840가구 전체가 전용 37㎡로 소형평형이어서 재건축 후 일반분양이 거의 없다. 조합원들이 전용 59㎡나 84㎡로 평형을 늘린 탓도 있지만, 그나마 늘어난 약 150가구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해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와 노원·도봉·강서 일대 노후 택지지구는 중층이상의 소형평형 단지가 많다"면서 "강남권 개발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만든 규제와 기부채납을 유지하는 한 상계주공5단지처럼 사업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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