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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고 팔고 또 팔더니'... 박정원 품에서 부활한 두산그룹

'팔고 팔고 또 팔더니'... 박정원 품에서 부활한 두산그룹

등록 2022.02.17 23:29

수정 2022.02.18 09:12

이승연

  기자

전자부문 성장세·밥캣 최대 매출두산重, 8년 만에 흑자전환 성공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대폭 개선이달 내 채권단 관리 졸업 가능성

'팔고 팔고 또 팔더니'... 박정원 품에서 부활한 두산그룹 기사의 사진

두산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경영 정상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 (주)두산은 자체 사업인 전자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두산중공업은 흑자 전환에 큰 폭의 재무개선까지 이뤄내며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중후장대에서 친환경 기업으로의 체질변화, 연이은 핵심 자산 매각으로 그룹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과 1년 여 만에 실적으로 털어내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13조 7282억원, 영업이익 9588억원, 당기순이익 65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4%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흑자 전환됐다. (주)두산과 두산밥캣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두산중공업도 오랜 부진을 털고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결과다.

사실상 그룹 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중공업은 연결 영업이익 8978억원, 당기순이익 6458억원을 기록했다. 중후장대에서 친환경 에너지 회사로의 체질변화·그간 실적 견인차 역할을 두산인프라코어가 없이 낸 성과라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의미가 크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 경영난의 핵심이었다. 오랜 수주 부진에 두산건설 등 계열사 자금 곳간 역할까지 강행하면서 체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자회사들의 선전으로 적자 폭은 줄일 수 있었지만, 두산중공업 자체적으로는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결국 두산중공업은 지난 2020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핵심 자산 매각을 전제로 산업은행 등에 유동성 수혈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이 이를 수용하며 약 3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급, 본격적인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서게 됐다.

'팔고 팔고 또 팔더니'... 박정원 품에서 부활한 두산그룹 기사의 사진

두산은 계열사를 총 동원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골프장 클롭모우CC 등 비영업자산은 물론 두산인프라코어, 네오플럭스 등 핵심 자회사 지분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 사업부를 각각 7000억원, 453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그룹의 상징' 두산타워도 8000억원에 처분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도 이어졌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자신들이 보유한 듀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사재 출연 규모는 약 5740억원이다.

두산그룹은 자구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약 2조 8000억원의 채무상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빌려준 3조원을 모두 갚을 날이 머지 않은 셈이다.

자구 노력에 실적 호조까지 이어지면 재무적 지표도 개선됐다. 두산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206.1%로, 전년 대비 82.8%p하락했다. 이 중 두산중공업 부채비율은 171.6%로, 채권단 관리 직전인 2020년 말 300%에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순차입금도 3조 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원 가량 감소했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한 지 2년도 안돼 조기 졸업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빠른 판단으로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었다"며" 친환경 에너지 등 신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했고 밥캣 등 자회사 실적까지 받춰주고 있어 조만간 채권단의 경영 정상화 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정상화를 진두지휘한 박정원 회장으로선 큰 부담을 내려놓게 됐다. 사실 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 경영난의 핵심이 된 데는 박 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의 두산건설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됐다. 두산건설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입사한 계열사이자, 박정원 회장이 처음으로 회장직에 오른 곳이다.

두산그룹 오너일가는 지난 2009년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위기에 빠진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곳간으로 활용했다. 그게 바로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30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간 무려 2조 700억원을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형태로 두산건설에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건설의 수익성 및 재무적 지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한 수주 부진에 2011년부터 9년 연속 적자가 지속됐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00%에서 매각 직전인 지난해 429.1%로 상승했다. 급기야 2019년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당시 업계에선 두산그룹이 살기 위해선 두산건설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 대신 자회사로 전환시키는 방향을 택했다. 이 때도 역시 두산중공업을 두산건설의 구원투수로 삼았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편입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계기가 됐고, 코로나 19 사태와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과 함께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 온 촉매제가 됐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두산건설을 팔지 않았다. 매각 보단 고수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다 작년 3월 채권단의 압박과 시장의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매물로 내놨다. 두산건설은 같은 해 큐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지분 53.6%를 넘기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박정원 회장 스스로 회사의 앓던 이를 빼고, 조기졸업 가능성을 이끌어내면서 '결자해지'라는 실현했다는 평가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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