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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계속 되는 ‘낙하산 인사’···금융권이 멍든다

정권 바뀌어도 계속 되는 ‘낙하산 인사’···금융권이 멍든다

등록 2018.03.04 13:02

수정 2018.03.04 13:07

정백현

  기자

민간 금융사, 친정부 인사 줄줄이 사외이사 영입공공 금융기관은 官출신·與 측근 인사 추천 많아인맥보다 전문성·능력 앞세운 현미경 인사 필요

금융권이 친정부 줄타기 인사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특정 인맥에 의존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과거 정부와 비슷한 모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있어 적지 않은 이들이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기관이 최근 추천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대부분의 기관들이 현 정부와 직·간접적 연관 관계를 갖고 있거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하던 이들이 후보에 다수 추천됐다.

민간 금융기관에서는 문 대통령 또는 더불어민주당 측과 가깝거나 직·간접적인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이른바 ‘캠코더(캠프 출신+동일한 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이 사외이사로 추천된 경우가 많다.

정부가 직접 인사권을 쥐고 있는 공공 금융기관에서도 여권 인사들과 가까운 인사들은 물론 정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 내려오는 경우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에는 최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신규 선임 후보로 추천된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대표적인 친정부 계열 인사로 분류된다. 대법관 출신인 박 교수는 사법고시 합격 후 사법연수원 12기 과정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동기로 지냈다.

문 대통령과 박 교수 사이의 직접적 연관 과정은 없다지만 그동안의 법조계 문화를 볼 때 사법연수원 내 동기 사이는 매우 친밀한 관계로 유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지주가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박 교수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초 취임한 김정민 KB부동산신탁 부회장이 친노계 인사로 분류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18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 부회장은 영입 당시부터 정부와의 합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당초 재무·지배구조와 관련된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진 선우석호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기고 선배라는 인연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불거지면서 ‘친정부 줄타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분을 쥐고 있는 IBK기업은행은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김 전문위원이 소속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지난해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단체다. 김 전문위원 스스로도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신임 사외이사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인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고문을 영입한 바 있어 김 전문위원의 사외이사 선임이 확실한 ‘친정부 줄타기’라고 보는 시각이 뚜렷하다.

다른 공공 금융기관도 비상임이사나 사외이사 자리에 정권과 친밀한 인사들이 자리 잡는 사정이 비슷하다. 특히 공공 금융기관의 경우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에서 관료 생활을 했던 공무원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최상현 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했고 주택금융공사는 손봉상 남경이엔지 상무와 조민주 변호사를 비상임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경남고 출신인 손 상무는 문 대통령이 부산 사상구 지역 국회의원 시절인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당적으로 사상구의원에 당선됐고 조민주 변호사는 올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오거돈 전 동명대 총장의 측근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산업은행은 상임감사로 서철환 전 기획재정부 국장이 선임됐고 기업은행 상임감사에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임종성 헌법재판소 기획조정실장을 선임했다. 또 수출입은행 감사로는 대통령 경호실 출신인 조용순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가 자리했다.

여기에 지난 2월 사의를 표명한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후임에 기재부 실·국장급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부처 출신 낙하산, 이른바 ‘관피아 낙하산’의 망령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인사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호소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내부에 고위직 인사 적체가 심각해 외부로부터 비판 받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유관기관으로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내려 보내는 상황”이라며 “전문성 부분을 최대한 감안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질적인 인사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사실상의 상위 조직인 기재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기재부에서 인사에 대한 기안을 전달하거나 지시를 하면 그대로 실행해야 하는 것이 금융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료 사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관기관을 낙하산 인사 내정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인사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 고위층과의 인맥이나 배경보다 확실한 전문성, 업무 능력 등을 먼저 평가한 후 인사를 단행해야 금융 시장 전체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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