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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은 신보 이사장 교체···금융공공기관에 퍼지는 ‘낙하산 공포’

석연찮은 신보 이사장 교체···금융공공기관에 퍼지는 ‘낙하산 공포’

등록 2018.02.07 08:04

수정 2018.02.07 17:50

정백현

  기자

안정적 성과에 임기 많이 남았지만 사임신보 외 다른 공공기관도 결코 안심 못해기재부 출신 낙하산 인사 투입 우려 증폭특수성 감안해 인맥보다 전문성 판단해야

사진=연합뉴스 제공사진=연합뉴스 제공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임기를 20개월이나 남긴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한 가운데 금융공공기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 5일 황록 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후임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6년 10월 말에 취임한 황 전 이사장은 오는 2019년 10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었으나 모종의 사유로 중도 하차하게 됐다.

신보 안팎에서는 정치권과 큰 접점 없이 나름대로 조직을 잘 꾸려왔던 황 전 이사장의 돌연 사임에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황 전 이사장은 정치 생활 경험이 있던 다른 금융공공기관장들과 달리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민간 금융권에서 해왔다. 황 전 이사장은 1978년 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에 입행해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경남은행 이사회 의장, 우리파이낸셜 사장 등을 거쳤다.

물론 황 전 이사장의 부임 때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초 황 전 이사장이 이사장 후보로 거론됐을 때 노조에서 “자질이 우려되는 인물”이라며 깎아내린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취임 직후 과감한 현장 행보를 펼치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꾸려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황 전 이사장이 임기를 절반 이상이나 남겨 놓은 상황에서 돌연 물러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금융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찬우 차관보와 최영록 세제실장 등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가 후임 이사장에 이미 내정됐고 황 전 이사장이 압박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물러났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물론 황 전 이사장의 정확한 사임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고 임기가 많이 남았음에도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스스로 물러나게 된 상황이 다른 금융공공기관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공공기관 수장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현직 금융공공기관장 중 임기가 6개월 미만으로 남은 사람은 오는 5월 퇴임할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뿐이다.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과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각각 내년 11월과 12월까지,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2020년 1월까지가 임기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공공성이 짙은 농협금융지주도 오는 4월 김용환 회장의 후임을 가려야 한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초대 신충식 회장을 뺀 역대 회장(신동규·임종룡·김용환)이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자리가 아예 비어있는 곳도 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전적(前籍)인 한국증권금융은 부사장이 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수출입은행장으로 간 은성수 전 사장의 후임자를 곧 고를 예정이다.

투자공사 사장 후보 중에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에서 일한 인물이자 참여정부 인사인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황 전 이사장에 적용된 논리라면 자리가 비어 있는 공공기관장은 물론이고 문창용 사장, 김도진 행장, 김규옥 이사장 등도 안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고위직 공무원들의 인사 적체 현상이 심각하고 기재부 입장에서 이를 빠르게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얻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장 선임이 정권 창출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번져서는 안된다”며 “낙하산 인사 근절을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논공행상이 재연된다면 ‘인사문화 적폐청산’을 약속했던 1년 전의 모습을 스스로 뒤엎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은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특정 수요층을 대상으로 정책금융을 공급해야 하는 특수 조직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그 사람이 어느 인맥을 탔느냐보다 무슨 능력을 갖췄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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