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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피해간 조선업계···오히려 더 암담한 현실

‘최순실 게이트’ 피해간 조선업계···오히려 더 암담한 현실

등록 2016.12.07 14:29

강길홍

  기자

재벌 청문회서 빠진 현대중공업미르·K스포츠 출연 요청 받았지만재무사정 극도로 악화돼 기부 못해생존위한 몸부림 단면 보여줘 씁쓸

사진=뉴스웨이DB사진=뉴스웨이DB

재벌 총수들이 총 출동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오너가 있는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만 빠졌다. 정치 게이트 사건에 빠진 것은 다행이지만 조선업계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한 단면으로 꼽힌다.

지난 6일 진행된 총수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 출석했다.

재벌 기업 대다수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것은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28년 만이다. 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 대가성 여부에 대해 해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오너가 있는 10대 재벌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제외돼 눈길을 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금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을 못한 것은 낼 수 있는 돈이 없어서다. 지난 2014년에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도 최악의 수주가뭄 속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기획한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은 현대중공업에도 기금 출연을 요청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재무상태 악화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있는 돈이 없어서 출연을 못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아예 모금 요청도 받지 못했다. 최근 정성립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은 최씨로부터 재단 모금과 관련해 어떠한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아예 모금 대상 기업으로 검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게이트 사건에서 한발짝 비켜나게 된 조선업계로서는 다행인 일이지만 그만큼 조선업계의 상황이 암담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씁쓸함을 남긴다.

올해 조선업계는 사상 최악의 수주가뭄을 겪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1~11월 전세계 선박발주량은 1048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3720만CGT)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이 기간 한국의 수주량은 163만CGT로 지난해의 15.5%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주잔량은 2046만CGT로 2003년 6월말(1897만CGT) 이후 13년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최악의 수주가뭄 속에서 조선업계는 잇달아 연간 수주 목표를 낮추고 있지만 올해가 사실상 한달도 안남은 시점이어서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연간 수주목표를 195억달러에서 95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까지 수주량이 60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자 내린 결정이다.

올 한해가 두달여 남은 시점에서 목표를 수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연초에 108억달러로 잡은 수주목표를 지난 6월 자구안을 수립하면서 62억달러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수주실적은 13억달러 수준으로 이마저도 버거운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목표를 53억달러로 대폭 낮춰 잡았지만 수주실적은 8억달러에 불과하다. 연내 25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가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최종 계약 소식은 전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빅3는 당장 일감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수주가뭄이 해소되지 못하면 내년 상반기 이후 직원들이 손에서 일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조선업계는 재계에 휘몰아치는 최순실 게이트 광풍을 피할 수 있게 된 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불황으로 정치 게이트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오히려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라며 “내년에도 수주가뭄이 이어진다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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