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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경제독재국가 인가”

“대한민국은 경제독재국가 인가”

등록 2016.03.02 08:48

수정 2016.03.02 14:02

현상철

  기자

선거 닥치니 또 경제민주화대기업 과잉규제로 왜곡망령처럼 떠도는 정치슬로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제공)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제공)


4.13 총선이 코앞에 닥치자 ‘경제민주화’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휘감고 있는 신자유주의 풍랑 속에서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성장 보다 분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 등 경제적 강자의 횡포를 막자는 취지의 취지의 ‘경제민주화’는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새로운 사회의 틀을 짜맞추자는데 부합하는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경제민주화는 애초 목적을 상당 부분 상실했거나 감춰진 채 대중들을 유혹하는 포퓰리즘으로 돌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쪽을 눌러 규제하면 작은 쪽이 살아나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는 위험한 발상은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동시에 대중적 인기를 먹고 자란 주장들만 살을 찌우는 다소 왜곡된 형태로 후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망령처럼 떠도는 정치슬로건인 경제민주화의 재정립이 일단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경제민주화를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만능규범처럼 인식하면 안 되고, 성과에 몰두한 성급한 방법은 오히려 기업들에 대한 과잉규제로 돌아왔다고 지적한다.

◇경제민주화의 2차 바람과 예상된 부작용
경제민주화를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 선거 운동을 했던 핵심 멤버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됐다. 김종인 대표는 박 대통령 대선후보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주역이다. 현정부의 ‘경제민주화 교사’가 현정부의 경제민주화를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경제민주화의 2차 바람을 일으킨 계기가 됐다.

여야가 공통되게 주창하는 경제민주화는 지난 대선 때부터 한결같다. 양극화의 해소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선택한 박근혜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미 결과를 도출한 것도 있고, 진행형인 것도 있다.

자료 = 공정위 제공자료 = 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경제민주화 국정과제(입법과제)는 20개로 13개가 입법이 완료됐고, 6개는 국회 계류중, 1개는 입법 준비중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순환출자 금지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과 하도급 부당특약 금지 등의 하도급법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비판도 적잖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민주화의 방법론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을 두고 “목적이 좋다고 수단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현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 대기업 규제를 선택했다. 대기업의 팽창을 제재하면 그 빈틈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과 같은 경제적 약자가 채울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규제들이다. 단적인 예가 대형마트 규제와 지배구조 개선, 하도급법 등이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논리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반기업정서의 태동이 됐다. 경제민주화 타깃이 대기업이 되면서 대기업규제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휴일에 문을 여는 대형마트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무너뜨리는 나쁜 대기업이 됐다는 얘기다.

사진 = pixabay사진 = pixabay


성과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2010년 1238개에서 2013년 1372개로 7.1% 늘었고 점포수도 8.2% 늘었지만, 매출은 21조4000억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감소추세다. 대형마트 매출은 영업규제 이후 2013년 5%, 이듬해 3.4% 줄었다.

규제를 받는 기업도, 혜택을 누려야 하는 곳도 모두 피해자가 된 가운데, 반기업정서만 높아진 셈이다.

이 외에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소수 주주를 보호하려 하지만 오히려 외국펀드가 보호돼 국내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휩쓸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밖에 없는 법인 하도급법도 강화됐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납품받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져 경쟁력이 떨어졌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 취지는 좋지만 방법론이 우려된다”며 “지나친 방법이 계속되다 보니 과잉규제로 넘어가 부작용이 더 커져버렸다”고 평가했다.

◇경제민주화 방법을 바꿔야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의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기업 과잉규제에서 중소기업, 일부 대기업의 횡포, 약자 등에 초점을 맞춰 이들에 대한 보호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 동시에 성장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원의 문턱을 낮춰 피해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피해보상과 손해배상을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제도적 지원 필요성도 제시됐다.

신 부연구위원은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자체가 국민들에게 와 닿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이를 사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올바른 경제민주화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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