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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파나’···연기금 매도를 둘러싼 진실과 오해

연기금 ‘역대 최장’ 코스피 37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
동학개미 “연기금이 주가 발목”···국민청원까지 등장
금감원, 4대 연기금 ‘주식 순매수·순매도’ 자료 요구
전문가들 “자산배분 비중 조절 차원···불가피한 상황”

국민연금을 필두로 하는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7거래일 연속 매도를 단행하며 역대 최장 기간 매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의 대규모 매도 폭탄으로 국내 증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연내 30조원의 추가 매도 가능성까지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19일까지 37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즉 올해 들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순매도한 것이다. 이는 2009년(8월 3일~9월 9일) 세웠던 28일 연속 순매도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올해 연기금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 규모는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이 기간 동안 연기금은 12조147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 매도 규모(25조7088억원)의 47.3%에 달한다.

연기금 매도는 올해 들어 상승폭이 컸던 주도주 차화전(자동차·화학(배터리)·전자(반도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4조231억원 팔았으며 LG화학(7629억원), SK하이닉스(7176억원), 현대차(6573억원), SK이노베이션(4328억원), 삼성SDI(426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거래소가 구분하는 투자자 분류상 연기금은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연기금의 순매도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배분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연기금은 국내와 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에 따라 일정 비중을 정해놓고 있으며, 비중을 초과할 경우 다시 배분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코스피가 급등세를 타며 고점을 연달아 돌파하자 국내 주식 자산의 비중 초과로 매도에 나선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비중을 늘이는 대신 국내주식 비중을 2025년까지 15% 내외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중기자산배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말 목표 국내 주식 비중은 16.8%로 제시했다. 작년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은 19.6%로 목표 비중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중기자산배분안을 고려할 때 국내 주식 비중은 2025년 말까지 15% 내외로 단계적으로 하락할 예정”이라며 “현 코스피 레벨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단순 계산 시 연말까지 추가로 가능한 연기금 순매도 규모는 30조원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연기금의 역대급 매도세에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은 당장 국내 주식 매도를 중지하시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매도 행태는 우리 기업들의 잠재력, 성장성을 감안하지 않고 현재의 어려움을 자발적으로 타개해 나가려는 국민 개인의 염원, 그리고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기금이 그간 박스피(박스권+코스피)의 주범’, ‘이미 국내주식 목표치를 달성했는데도 차익실현을 위해 더 팔고 있다’, ‘공매도 세력과의 블랙 딜이 있을 것’이라는 등의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연기금의 속성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줄여준다는 점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자산배분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노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펼쳐진 코스피 대형주의 강한 상승 랠리는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더 높였을 것”이라며 “동시에 채권 등 다른 자산 수익률이 국내주식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하면서 연초부터 빠른 비중 조절을 유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외 채권 금리가 지난해 11월 이후 빠르게 상승한 탓에 전체 자산 중 채권 비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던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 주식이 상승한 효과도 있지만,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며 “지난해부터 연기금의 순매도 규모가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만, 2008~2009년 대비 주요 연기금들의 총자산이 2배 이상 증가한 점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연기금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주가 급등 시 주식매도 우위를, 채권 강세 시 주식 매수 우위를 보여왔다”며 “특정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경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목표 비중 초과분에 대한 매도세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연기금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최장기간 이어지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 관련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우체국보험, 사학연금 등 4대 연기금 자금을 받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의 ‘주간 순매수·순매도 금액’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측은 “기관 매도가 계속되고 있어 규모와 현황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 차원에서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며 “연기금 매도에 불만을 가진 ‘동학개미’의 눈치를 봐서 요청했다거나, 연기금 순매수·순매도에 개입하려 한다는 추측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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