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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등록 :
2020-01-16 16:34

수정 :
2020-01-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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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사장단에 쓴소리 내뱉은 신동빈

“과거 롯데 다 버려라” 변화만이 생존의 길
“롯데 경쟁력 의구심,…바꿔야 산다”
‘적당주의’ 버리고 ‘게임 체인저’ 돼야

그래픽=박혜수 기자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일 열린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강한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임원들과 대표이사들 앞에 선 신 회장은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그는 “(우리 그룹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 “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등의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말 22개사 대표를 교체하는 ‘쇄신’ 인사가 단행된 후 처음으로 신 회장과 대표이사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VCM은 2018년부터 매년 상, 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사장단회의’다. 상반기에는 전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새해 목표를 공유하는데, 이번 행사는 예년에 비해 더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는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와 강희태 유통사업부문(BU)장,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김교현 화학BU장, 이영호 식품BU장 등 계열사 사장단과 지주사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작정하고 질책에 나선 것은 새 경영진에게 더 강력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주력 사업이 모두 위기에 빠져 있고 시장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부문의 경우 대형마트가 온라인에 밀려 실적이 추락하고 있고, 백화점 성장세도 꺾였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3조3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해 예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3844억원으로 24.1%나 급감했다.

화학BU의 분위기는 더 심각하다. 미·중 무역분쟁에 세계 경기가 악화하고 있고, 업화 자체가 다운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7.9% 감소한 11조6965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이익은 956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해 10월 개최한 경영간담회에서 전 계열사의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포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위기를 돌파할 해결책으로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제시했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혁신가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해 말 단행된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도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었다. 또 신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의 사업 방식과 경영 습관, 일하는 태도 등 모든 요소들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VCM에서도 경영진들에게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주문에 따라 각 BU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유통BU는 강희태 유통BU장 부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통합 온라인몰 ‘롯데ON’ 출범을 위한 변화를 주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기획, 투자, 예산, 홍보 등을 총괄하는 조직 ‘HQ(헤드쿼터)’를 신설했다. 백화점·마트·슈퍼 등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자금·인력·시스템을 하나로 합쳐 사업부간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이다. 롯데ON 정식 출범을 앞두고 각 사업부간 유기적인 연결을 위한 개편으로 풀이된다. 또 스태프 인력 30%를 현장으로 보내 영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화학BU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일 자로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 통합법인으로 재탄생해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통합 롯데케미칼의 대표 역시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하며 사업 재편에 드라이브를 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진출을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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