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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 경영권 넘긴 최병민 회장, 갑작스런 자사주 매입

깨끗한나라 경영권 넘긴 최병민 회장, 갑작스런 자사주 매입

등록 2019.12.30 14:01

천진영

  기자

총 33만여주 5차례 매입, 지분율 2.51% 2004년 경영권 되찾은 이후 처음 매수 ‘3세 경영 가동’ 딸 최현수 대표 일선에최대주주 아들 정규씨, 경영 경험 없어 장자승계 원칙 위한 행보 가능성 나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후계 승계 작업을 앞두고 지분 매입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장녀 최현수 대표를 경영 시험대에 올린 지 불과 1년 만이다.

최 회장은 2014년 아들 최정규씨에 지분을 몰아주며 후계구도 밑그림을 완성했지만, 경영 능력이 없는 아들에게 회사를 넘길리 만무했다.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장자승계 원칙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이달 20~30일 5차례에 걸쳐 깨끗한나라 보통주 33만242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최 회장의 지분율은 종전 1.62%(60만2492주)에서 2.51%(93만4912주)로 높아졌다.

최 회장이 자사주 매입으로 지분을 늘린 것은 2014년 7월 희성전자로부터 경영권을 되찾은 이후 처음이다. 회사 측은 주식 보유 목적에 대해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그에 따른 보유지분 및 주주의 투자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2008년말 깨끗한나라 지분 67.58%(559만5212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듬해 사돈 그룹인 희성그룹의 희성전자에 신주를 발행, 지분 58%를 넘겼다. 최 회장의 부인은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구미정씨다. 당시 깨끗한나라는 실적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2006년부터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고, 2008년말 기준 부채비율은 1495.9%로 집계됐다.

이후 취임한 전문경영인 윤종태 대표는 경영 개선작업을 통해 201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상경영 궤도에 오르자 최 회장 일가는 2014년 7월 깨끗한나라 지분을 다시 사들여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막내 아들인 최정규씨를 전면에 내세워 경영권 승계 밑그림을 그렸다. 최정규씨는 희성전자가 보유한 깨끗한나라 주식 597만1518주(24.52%)를 매입해 단숨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같은 기간 두 누나인 최현수 대표와 최윤수씨는 각각 286만8704주(11.78%), 286만7326주(11.78%)의 주식을 보유하는 데 그쳤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깨끗한나라의 후계자는 최정규씨다. 그러나 최정규씨는 1991년생(당시 22세)으로 대학생 신분으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만큼 경영 수업을 받기엔 다소 이르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최 회장의 장녀이자 큰 누나인 최현수 대표는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아왔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심리학과 순수미술을 전공한 최 대표는 2006년 깨끗한나라에 주임으로 입사해 생활용품사업부 마케팅·제품개발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경영기획실장, 총괄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아 올해 초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최 대표는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경영인과 전문성 있는 인사를 영입해 다방면에서 혁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최 대표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깨끗한나라도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로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 대표의 첫 경영 행보는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다. 주당 액면금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소시키는 방식의 감자를 결정했다.

이와 동시에 각자 대표로 선임된 김민환 대표와 임원진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감자에 대한 불안 심리와 글로벌 증시 하락 영향으로 깨끗한나라 주가가 실제 가치 대비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영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 및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첫 경영 시험대에 오른 최 대표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깨끗한나라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49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4765억원 대비 5.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2억원, 당기순손실은 2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상반기 기준 깨끗한나라의 매출은 3571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이었다. 그러나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가 터지면서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다. 당해 252억원의 영업손실과 2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작년에는 292억원의 영업손실과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27일) 깨끗한나라는 전 거래일보다 15원(0.63%) 오른 23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월 27일 52주 최고가(3560원)대비 33.15% 하락했다.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 직전 5000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50%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최 회장이 급작스럽게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지분율은 가장 높지만 경영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아들에게 당장 회사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자승계가 엄격한 범 LG가의 가풍을 볼 때 아들 최정규씨가 깨끗한나라의 최종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6일 기준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는 아들 최정규씨(16.03%)이며, 최현수 대표(7.70%), 최윤수씨(7.70%), 최 회장의 아내 구미정씨(4.96%), 최 회장(2.50%) 순이다. 다만 최 대표가 경영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후계 구도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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