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국적사 자존심 내려놓은 아시아나항공…‘비용절감’ 총력

퍼스트클래스 운영 중단…LCC와 차별화 안돼
비수익 노선 4개 운휴…운수권 늘리는 LCC와 대조
2023년까지 기재 9대 축소…제주항공에 역전 전망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매각 전 몸값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고강도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신세가 처량하다. 항공사 경쟁력의 핵심인 노선과 기재, 인력을 모두 축소시키며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오는 9월1일부터 A380 6대에서 운영 중인 일등석(퍼스트 클래스)을 중단하고 비즈니스 스위트를 새롭게 도입한다. 이미 지난 2015년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A380을 제외한 나머지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없앤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퍼스트 클래스 탑승률은 20~30%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인 만큼, 잘 팔리지 않는 퍼스트 클래스를 비즈니스 스위트로 돌려 수익을 제고시킨다는 계획이다.

비즈니스 스위트 가격은 기존 퍼스트 클래스보다 평균 30~40% 저렴하게 책정되는 반면, 좌석은 개조되지 않아 일등석 좌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기내식, 기용품, 무료 위탁수하물 등 서비스도 비즈니스 클래스와 동일하게 제공된다.

이번 결정이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개선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대형항공사(FSC)로서의 위상 하락은 불가피하게 됐다. FSC의 전유물로 통하는 퍼스트 클래스는 저렴한 항공권 가격을 전략으로 세운 저비용항공사(LCC)와 달리, 프리미엄 서비스를 차별화 가치로 했다. 하지만 퍼스트 클래스가 사라지면서 LCC와의 차별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인 노선도 대폭 줄인다. 현재까지 운휴가 확정된 비수익 노선만 4개다. 아시아나항공은 7월8일부로 비수익 노선인 인천~러시아 하바로프스크·사할린에 이어 인천~인도 델리 노선을 운휴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하바로프스크와 사할린 노선은 9월부터 운휴할 계획이었지만, 인천~델리 노선을 추가로 포함해 조기 운휴에 들어간다.

하바로프스크와 사할린 노선은 평균 탑승률이 65%, 58%에 그친다. 이번에 추가 운휴를 결정한 인도 델리는 69%로 70%를 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근거리 국제선의 경우 탑승률이 60% 이상이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본다. 장거리 노선은 75% 이상이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운휴를 결정한 3개 노선은 운항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인천~미국 시카고 노선은 당초 예정대로 10월27일부터 운휴에 들어간다. 이 노선의 탑승률은 85%로 나쁘지 않지만, 다른 미국 노선과 비교할 때 수익성이 떨어져 운휴 대상에 포함됐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기재 축소도 나선다. 2023년까지 A350 19대, A321NEO 15대 등 34대의 최신형 항공기를 보유하는 한편, 노후 항공기를 19대에서 2023년 10대로 대폭 줄인다. 또 노후 항공기 정비 시간과 정비 인력을 추가해 집중 관리한다.

이 계획대로라면 보유 항공기 대수는 현재 83대에서 2023년 74대로 9대 줄어드는 반면, 노후 항공기 비중은 현재 23%에서 13%로 10%포인트 낮아진다.

인력 구조조정은 이미 단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부터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객실승무원을 제외한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희망휴직의 기간은 최소 15일부터 최대 3년까지다. 이달 초에는 희망퇴직으로 인력감축 강도를 한층 높였다. 2003년 12월 31일 이전 입사자 중 국내에서 근무하는 일반·영업·공항서비스 직군 중 근속 15년 이상자를 대상으로 한다.

아직 정확한 신청 인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중순까지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신청을 계속해서 받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달 1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한창수 사장 주도로 체질개선 작업 중이다. 한 사장은 자산 매각, 비수익 노선 정리, 조직 개편 등 ‘3대 중점과제’를 추진하며 몸값 높이기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대대적 비용절감에 나섰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2대 국적사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LCC들이 보유 항공기 대수를 모두 합치면 140여대로, 이미 아시아나항공보다 2배 가량 많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은 40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고, 올해 6대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이 속도로 단순 계산하면 2024년부터는 아시아나항공을 앞서게 된다.

LCC들의 노선 확대도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최근 LCC업계는 정부가 배분한 알짜 운수권을 대거 확보했다. 아울러 미래 성장성을 염두에 둔 노선 신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선을 반납하는 아시아나항공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잠재력을 고려해 노선 운수권을 손에 쥐고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인력 감축으로 어느 정도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기재와 노선 축소로 인한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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