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정 기자
등록 :
2018-12-03 14:29

수정 :
2018-12-03 14:47

[뉴스분석]정기선 현대重 부사장, 경영승계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임명, 그룹사 수주 총괄
핵심 3개부문 직책 겸임… 3세 경영 확대해석 경계
신사업 분야선 두각…조선업 뚜렷한 성과없어 ‘부담’

그래픽=강기영 기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3세 경영’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조선업 전반의 부진으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최근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에서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직으로 임명됐다. 해당 조직 대표를 맡던 가삼현 사장이 이달 초 사장단 인사에서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부문장이던 정 부사장이 대표직으로 이동했다. 부문장을 대체하는 본부장은 박승용 부사장이 맡는다.

정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까지 3개의 주요 직책을 담당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 수주를 총괄하는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에 오른 것이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이번 인사에서 정 부사장의 ‘멘토’로 알려진 가 사장과 ‘조력자’인 한영석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정 부사장의 경영 승계가 마무리되면, 30년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경영체체로 전환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정 부사장의 이번 인사와 관련해 “직책만 바뀌었고, 큰 의미 없다”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 사장이 계속해서 영업본부를 총괄하게 된다”며 “3세 경영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확대해석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사장은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근무하며 경영승계 과정을 밟았다. 정 부사장은 1년 뒤인 2014년 33세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당시 재계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2017년에는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계열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를 맡았다.

올해 3월부터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 정 부사장의 지분은 97주에 불과했지만, KCC로부터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83만1097주)를 매입하면서 부친인 정 이사장(25.8%), 국민연금(8.5%)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 이사장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 이사장과 정 부사장은 주식담보 제공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정 부자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8000억원 상당의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담보비율인 80%를 적용하면, 두 사람이 주식담보 대출로 확보한 자금은 약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향후 납부해야 할 증여세 규모와 비슷하다.

특히 정 부사장은 1400억원 규모의 지주사 주식을 세금 연부연납을 위해 공탁 형태로 담보 제공을 받았다. 연부연납은 상속세 금액이 거액일 경우 최대 5년에 나눠내는 제도인 만큼, 주식 증여가 머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율 91.1%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동시에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순탄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 부사장은 부침이 심한 조선업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대신, 비조선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새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2016년 정 부사장 주도로 설립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해양 관련 서비스를 담당한다. 지난해 매출 2381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산업용 로봇 업체인 독일 쿠카그룹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데 이어 카카오의 투자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는 등 그룹 신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불황 장기화 여파로 주사업인 조선 부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 28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체인지오더(종전 주문 내역의 변경)이 반영된 일시적 호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선 부문만 놓고 보면 30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분기 1440억원보다 적자폭이 더욱 늘었다.

경영 위기가 지속되자 현대중공업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2015년 이후 3년 간 4000여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했다. 인력 감축은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는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사업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조선업에서는 아무런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탓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선박과 해양 수주를 총괄하게 된 만큼 본격적인 실무능력을 평가받을 것”이라며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진 이후 3세 경영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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