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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순기능도 보자

[문재인시대, 기업이 답이다]재벌개혁, 순기능도 보자

등록 2017.05.11 08:05

강길홍

  기자

재벌개혁 오너경영 겨냥 가능성 높아오너경영 무조건 나쁘다 견해는 편견중요한 결단에 있어서는 오히려 유리선진국도 차등의결권 등 대주주 보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후보 시절 내세웠던 재벌개혁 관련 공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대 공약 중 ‘반부패·재벌 개혁’을 3번째로 꼽았던 만큼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는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정책이 언제 어떻게 시행될지에 주목하면서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이 오너경영의 부정적인 면을 들춰내 재벌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을 12년 만에 부활시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꾸려진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를 캐내면서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포럼에서는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행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은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이지만 이를 더 올리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대기업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재벌 그룹의 공익법인, 우회출자 등을 통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규제하는 금산분리 강화 공약도 재계로서는 부담이다. 금산분리 조치가 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면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들은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승계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걸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은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오너경영 체제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 경제의 발전사는 기업의 발전사나 다름 없다. 또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오너경영이 빠지지 않는다. 오너경영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를 무조건 규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부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일례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비약적인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딥 체인지’를 경영 화두로 제시하고 사업·수익구조 혁신과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했다. 특히 주력 사업을 반도체·화학으로 재편하면서 집중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2조46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 1조43억원으로 역대 3번째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최 회장의 반도체·화학에 대한 집중투자가 결단이 실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히 SK그룹 효자 계열사로 등극한 하이닉스 인수도 총수가 아니었다면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단으로 꼽힌다. 임기가 한정된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실패시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결정보다는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오너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공격 경영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주인 없는 기업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업 불황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 빅3 가운데 유독 대우조선해양이 재앙에 가까운 위기에 빠진 것은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부패가 만연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오너경영이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시스템이라는 관점은 편견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의 주요 국가인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도 가족지배기업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CEO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기업형태도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다. 미국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의 기업의 CEO가 여전히 창업자라는 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창업자나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황금주’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선진국들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은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주주의 주식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일반주주는 투자를 위해 주식을 매입한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에 나서게 되면 세금 납부 등으로 보유 주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 재벌그룹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각종 편법을 동원한 것도 경영권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물론 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대주주가 경영권을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켜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현대차 등의 기업들은 오너경영을 통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부가 재벌개혁에 있어서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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