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 中 배터리 악재에 전전긍긍···해법 안보인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악재로 연초부터 비상에 걸렸다. 중국 정부가 양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최신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 기준 인증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사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5차)을 발표했다.

당초 발표 목록에는 LG화학과 삼성SID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5대가 이름을 올렸으나 반나절 만에 제외됐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명단에 올랐다 빠진 차종은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산시자동차의 전기트럭,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한 둥펑자동차의 전기트럭과 상하이GM의 캐딜락 하이브리드 승용차, 상하이자동차의 룽웨 하이브리드 자동차 2개 모델 등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사의 관련 사업부는 중국 정부의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완성차가 특정 국가 회사의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이유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전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 풀이했다. 발표 목록에 오른 493개 전기차 모델 중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 기준 인증을 받지 못한 중국 기업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종 50여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 발표를 번복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정확한 상황 파악은 어렵다”며 “중국 정부가 발표한 목록은 완성차 모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한국산 배터리 장착 차량만을 제외한 것인지는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LG화학과 삼성SDI는 제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 기준 인증에서 탈락한 이후 5차 인증 심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심사를 차일피일 미루며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사실상 한국 산 배터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미 중국 정부의 보수적인 태도로 인해 LG화학과 삼성SDI의 중국 내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매우 낮은 상태다. LG화학은 난징(南京)에 전기차 10만대 규모, 삼성SDI은 시안(西安)에 전기차 15만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세워 운영 중이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동이 거의 안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나 삼성SDI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아닌 고객사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양사가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전기차 시장 배터리 모범 기준 인증 요건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공장을 지어 둔데다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에 지금 와서 발을 뺄 수 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공장의 경우 아직 완공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를 유럽 시장에서 상쇄할 수도 없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보조금 대상이 아닌 차량 시장을 공략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