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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진해운 죽이기, 배후에도 ‘최순실 입김’ 있었나

정부의 한진해운 죽이기, 배후에도 ‘최순실 입김’ 있었나

등록 2016.11.02 07:47

수정 2016.11.02 09:09

정백현

  기자

SKT-CJ HV 인수합병 무산 이유 K스포츠 지원 거부說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사퇴시기한진해운·현대상선 처리 방향 바뀐 시점과도 마물려K스포츠 지원거부가 한진해운 지원거부로 이어진 의혹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 사진=뉴스웨이 DB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 사진=뉴스웨이 DB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는 의혹을 받은 SK그룹에 이어 한진그룹도 청와대 비선실세로부터 피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자금 지원이 유력했던 ‘우량 선사’ 한진해운이 돌연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파국을 맞은 배후에는 K스포츠재단 지원 미비로 인해 한진에 앙심을 품은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시장의 성장을 위해 ‘조건부 허용’이 유력하게 검토됐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지난 7월 불허 결정이 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SK그룹이 K스포츠재단 지원금 80억원 추가 모금 제안을 거부한 이후 최 씨가 청와대에 합병 반대 의견을 보냈고 결국 이것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무산으로 연결됐다고 추측하고 있다. 정부와 SK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해운업계의 의혹도 비슷하다. 잘 풀리는 듯 했던 한진해운의 정상화 과정이 어느 순간부터 꼬이기 시작했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진해운을 침몰시켰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 의혹을 풀어보려면 한진해운의 정상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운업계 구조조정 논의 초기였던 지난해 가을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에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제안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진해운은 현대상선보다 영업 기반이나 자산, 실적 등 모든 면에서 앞서 있었기에 정부가 한진해운 측에 합병 주체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합병 추진은 낭설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았지만 합병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놨다.

한진해운에게 먹구름이 낀 것은 올해 초부터다. 해운업의 장기 불황으로 실적 반등에 실패했고 유동성 현금은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의 독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다. 이 회장은 추가 자구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지난 4월 22일 전격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결국 5월 4일 3개월 조건부 자율협약이 개시됐다. 이때부터 잘 풀려가는 듯했던 한진해운 정상화 과정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게 된다.

한진해운의 자금 조달은 자율협약 개시 이후에도 난항을 겪었고 채권단 측에 낸 추가 자구책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며 연달아 반려됐다. 정부도 한진해운을 향해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라”며 압박했다.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정부의 표정이 180도 달라졌다.

그 사이 현대상선은 해외 용선료 협상에서 타결 성과를 거두면서 유동성 현금 확보에 성공한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에서 원하던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난국에 몰렸다.

용선료 협상은 선사와 선주 간의 협상이지만 정부의 긍정적 보증이 없으면 타결이 어려운 문제다. 이런 점을 볼 때 한진해운에 대한 시각을 바꾼 정부가 암묵적으로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정부는 상대적으로 채권단의 말을 잘 들은 현대상선의 2M 해운동맹 가입 추진 과정에서 보증을 서줬고 현대상선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2M 가입에 성공하게 됐다.

문제는 8월 말에 터졌다.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논의하는 채권단 최종 회의 전까지는 한진해운을 돕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의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진해운 한 관계자는 “회의 시작 전까지 긍정적인 기류가 흘렀는데 회의시작 후 약 15분이 지난 뒤부터 분위기가 살벌해지더니 만장일치로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은 선사로서 사형 선고에 가까운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도 “법정관리 직전까지 짐을 실은 회사는 부도덕한 회사”라며 한진해운을 부실기업으로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가 시작된 지난 9월 이후 정부는 한진해운의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어진 관계기관 대책 회의에서도 한진해운을 부실기업으로 몰아가는 발언이 계속 되고 있다.

우량 선사로 꼽히던 한진해운은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이러한 정부의 태도 변화 때문에 침몰했고 자칫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렇듯 한진해운은 정부·채권단과 첨예한 갈등 끝에 파국을 맞았다. 그러나 이 파국의 진짜 배후에는 최순실 씨의 ‘결정적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에 대해 꽤 우호적이던 채권단과 정부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뀐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 검찰 소환.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두 하고있다.‘비선실세’ 최순실 검찰 소환.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두 하고있다.

올해 초 K스포츠재단은 한진그룹에 10억원 상당의 추가 지원금 납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진은 유동성 악화 우려를 들어 추가 지원금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정부가 한진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조양호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한진해운 정상화 전념을 위해 자진 사퇴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전화를 했다는 앞뒤 정황을 보면 강제 해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감에서도안민석,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비슷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은 “모 재벌 회장이 미르재단에 10억원을 내고, 1000억원 규모의 정부사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또 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가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안종범 정책수석이 지시하고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전화를 걸었다”고도 했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것은 한진해운 정상화 전념의 문제도 있지만 문체부 고위 관계자가 조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러나시라고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일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결국 지난 5월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올림픽 조직위원장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앞서 언급된 한진해운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채권단과 한진해운의 의견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한진해운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기 시작하던 시점이 바로 이때와 일치한다.

결국 SK가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금 제안 거부의 영향으로 대형 M&A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처럼 한진도 K스포츠재단 지원금 납부 제안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최 씨 측으로부터 앙심을 샀고 한진해운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추측이다.

만약 정부의 한진해운 지원 불가와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K스포츠재단 지원 미비’를 이유로 들어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운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에 큰 혼란이 올 것으로 보인다.

‘오비이락’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안팎의 정황이 너무나 교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점이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검찰의 향후 수사를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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