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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5-05-20 07:37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 年 영업익 절반이 퇴직금?

등기임원 퇴직금 152억원 수령…유진, 지난해 영업익 303억원
유진 “법대로 퇴직금 지급…30년 근무 보상 불법 낙인 억울” 해명
신격호 롯데 회장 등 오너家 등기임원 퇴직금 논란 촉발 가능성

올 1분기에 154억원의 보수를 받아 국내 기업인 중 ‘보수킹’에 오른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이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유진기업이 지난 15일 공시한 올 3월 말 기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유 회장은 급여 1억2500만원과 상여금 6250만원, 기타근로소득 65억4079만원, 퇴직금 86억9358만원 등 총 154억2187만원의 보수를 받아 단연 1위 자리에 올랐다.

유 회장은 지난 1월 30일을 기해 회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임원직을 내놨다. 현재는 회사 대주주이자 그룹 계열사를 책임지고 대외적 업무를 수행하는 회장으로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유진기업 측은 유 회장의 사임 당시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검토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 등의 큰 그림을 그리는 효율적 경영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유 회장이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 회장의 보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퇴직금과 기타근로소득으로 각각 지급된 86억9358만원과 65억4079만원이다. 기타근로소득이라는 항목으로 책정된 이 돈에는 ‘퇴직금 중 근로소득 인정분’이라고 설명돼 있다. 결국 기타근로소득도 퇴직금인 셈이다.

때문에 유 회장은 실질적으로 152억3437만원의 퇴직금을 받게 됐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7389억9747만원의 매출을 올려 303억559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눈에 보이는 금액으로 보면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은 오너가 퇴직금으로 가져간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측은 “유 회장이 등기임원으로서 일한 기간이 길었고 모두 합법적으로 일해서 받은 돈인데 졸지에 불법적 자금으로 비춰져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경선 회장은 지난 1985년부터 이 회사의 등기임원으로 줄곧 일해왔다. 중견기업 중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등기임원으로 근무한 오너로 꼽힌다. 유진기업 측은 “퇴직금은 근무연한만큼 누적되고 유 회장은 30년을 일했기 때문에 절대 부정한 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퇴직금이 기타근로소득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에 따라 유 회장의 퇴직금 중 일정 비율을 상회하는 부분은 기타근로소득으로 분류된 것”이라며 “이에 대한 과세율은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진 측이 증거로 제시한 법조항은 소득세법이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소득세법 22조에는 “임원의 퇴직소득이 일정액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은 기타근로소득으로 인정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이 소득의 한계세율은 일반 퇴직소득세 세율(10%)보다 높은 40%로 규정됐다.

결국 유 회장은 퇴직금으로 받은 152억원 중 34억8567만원을 세금으로 낸 셈이 됐다. 물론 유 회장이 정확히 세금을 납부했는지에 대해서는 세부적 확인이 어렵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성장 중에 있는 상황에서 유 회장의 퇴직금과 관련해 억측이 난무하면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우려된다”며 “장기간 근무를 통해 합법적으로 받은 근로소득인 만큼 이성적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유 회장의 퇴직금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장기간 등기임원으로 일해 온 이들, 특히 재벌 오너 일가 중 등기임원으로 일했던 사람이 은퇴할 경우 또 다시 이런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재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등기임원으로 일한 사람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다. 올해 한국식 나이로 94세가 된 신 회장은 롯데제과가 한국에서 창립된 196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48년째 등기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에서만 8억7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퇴직금 산정기준이 급여와 근무연한인 것을 생각할 때 신 회장의 퇴직금은 기존에 공시됐던 기업인들의 퇴직금 최고 기록을 족히 넘길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퇴직금 논란은 기업인의 보수공개를 지나치게 촉구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부작용 중 하나”라며 “기업은 물론 일반 시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규정이라면 폐지하거나 적당한 수준으로 손질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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