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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인수전, 한국 경제 대들보가 달려 있다

금호산업 인수전, 한국 경제 대들보가 달려 있다

등록 2015.02.26 15:55

정백현

  기자

‘알짜 민항사’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이 인수전 진짜 몸통항공업 중요성 감안할 때 돈보다 전문성 먼저 생각해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호산업의 매각 주간사인 KDB산업은행 M&A실은 지난 25일 오후 2시 금호산업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LOI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를 제외한 제3자의 인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인수 작업의 첫 단추다.

접수 결과 총 6개 기업이 LOI를 제출했다. 30대 재벌 중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유일하게 LOI를 냈고 호남 연고 주택 전문 건설사 호반건설도 인수전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IBK-케이스톤, IMM, MBK, 자베즈파트너스 등 4개 사모펀드도 LOI를 산업은행 측에 제출했다.

이번에 매물로 풀린 금호산업 지분은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 당시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이 보유하게 된 지분 약 57.5%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으로 이 회사의 지분 가치는 약 5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이로써 금호산업의 새 주인 경쟁은 ‘원래 주인’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모펀드 등 4파전으로 압축됐다. 다만 박 회장 측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금호산업의 주업은 건설업이다. 시공능력평가 20위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건설사로서의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금호산업 인수전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알짜 민항사’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30.1%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과 금호사옥 등 자회사들의 지분이 딸려있다. 따라서 금호산업 경영권을 가져오면 아시아나항공과 그 아래 자회사들을 모두 품에 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금호산업 인수에는 기본적인 회사 지분 가치(약 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 경영권 취득에 대한 프리미엄이 함께 붙어 전체 매각 대금은 최소 8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기업 인수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역시나 돈이다. 매각 주간사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쪽에 지분을 주는 것이 맞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인수전은 자금 조달 측면에서 불안 요소를 갖고 있는 박삼구 회장 측에 분명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돈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 구조에서 항공업이 갖고 있는 중요성 때문이다. 항공업은 업종 간의 융통과 국부 창출의 선봉에 서야 하는 매우 중대한 임무를 갖고 있다.

더구나 항공업은 노선 운영과 안전 관리 측면에서 매우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운송업 등 관련 업종에 대한 DNA가 없다면 제대로 운영하기 힘든 분야다. 세계 대부분 항공사의 모기업이 운송 전문 기업이라는 점이 바로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8년 창사 이후 국내 항공업계를 주름잡는 양대 메이저 항공사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특히 최근 들어 수요가 급증하는 중화권 노선에 대해서는 업계 1위 대한항공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될 정도로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러한 항공사를 단순히 돈의 논리에 의해 매각할 경우 장기적 국부 창출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운송업 관련 지식이 전무하고 투자이익 창출만을 강조하는 사모펀드 측이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걱정은 더욱 커진다.

더구나 아시아나항공이 창업 이후 본격적인 발전 궤도에 오르기까지 약 10여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항공업을 운영하지 않았던 제3자로 아시아나항공이 인수된다면 새 체제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의 시간동안 회사의 발전이 되레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장의 앞만 보지 말고 국가 경제 전체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금호산업 매각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금호산업의 새 주인은 건설업과 항공업 등 기존의 사업과 제대로 된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쪽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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