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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영 삼성重 대표, 신년사서 이례적 대외비 공개···구조조정 예고?

박대영 삼성重 대표, 신년사서 이례적 대외비 공개···구조조정 예고?

등록 2015.01.08 11:00

수정 2015.01.08 13:00

윤경현

  기자

수주실적, 품질사고, 공정·인도지연 수치 등 상세하게 직원에 공개‘위기’만 강조권노갑 현대중공업 대표 신년사와 달라도 너무 달라노동자 군기 잡기, 향후 있을 구조조정 합리화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어서는 안 될 내용을 신년사를 통해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작년 실적 부진에 따른 사내 위기감을 강조하고 향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내부의 분위기는 신년임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하다는 것이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이다. 타 조선사의 신년사와 대조해 보며 사무직 근로자들 또한 동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또한 삼성중공업과 같이 극단적인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직원들을 독려, 함께 이겨나가자며 희망을 북돋아주는 반면 박대영 사장의 신년사는 극을 치닫고 있다.

뉴스웨이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신년사 전문을 입수했다. “사랑하는 사우 어려분! 그리고 협력사 사우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신년사는 총 A4 용지 세장 분량이다. 내용에는 삼성중공업 내부직원용으로 작년 실적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들이 포함됐다.

주요내용은 ▲전 임직원이 생존을 위한 질적 경쟁력에 모든 역량 강화 ▲토탈 솔루션 Provider로 도약 ▲노사화합과 격의없는 소통으로 전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등 삼성중공업이 풀어야할 세가지 과제를 담았다. 이 같은 내용에서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삼성중공업의 현주소와 고전하고 있는 실상을 가감없이 담겨 있다.

박대영 사장은 지난 2014년 수주 실적에 대해 FLNG 1척, 드릴십 2척, 쇄빙탱커 6척 등 연초 목표 150억달러의 49%인 73억달러를 수주했다고 작년 실적을 이례적으로 신년사에서 공개했다.

박 사장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수주액으로 150억달러를 제시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이미 계약한 공사도 일정을 연기하거나 아예 계약을 취소하자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역시 수주목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작년 수주 실적에 대해 “이미 계약한 공사도 일정을 연기하거나 아예 계약을 취소하자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저유가 기조로 인해 채산성이 나빠져 수많은 프로젝트의 발주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잇따른 인도지연, 품질사고 등으로 선주들이 우리(삼성중공업)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문제까지 터진다면 우리가 설자리는 아예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대영 사장이 고민하는 내부적인 요인은 사내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부재다. 그는 “유관부서간 업무협조를 통해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차질없이 공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부서간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또한 그는 품질사고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털어 놓았다. 박 사장은 “지난 2013년 14건에 그쳤던 품질사고가 작년에는 36건이나 발생했고 우리가 최고라 여기던 드릴십마저 9척이나 모두 인도 지연되었다”며 “금전적인 손실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선주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대영 삼성重 대표, 신년사서 이례적 대외비 공개···구조조정 예고? 기사의 사진


품질사고의 단적인 사례는 작년 2월의 화재사고를 들수 있다. 5월 노르웨이 선주사에 인도 예정이던 드릴십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거제조선소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를 앞둔 드릴십에서 근로자가 흡연으로 인한 화재다.

이는 삼성중공업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가의 선박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암암리에 흡연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 내부의 안전의식 결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박 사장은 노사화합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우리 회사는 임금협상 난항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는 회사 40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극복을 위해 하나가 되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기에 노사간 불신의 벽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30일까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면서 해를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협상에 실패했다.

박 사장은 “지금 회사는 끝이 안보이는 터널 속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공공지연과 생산성 저하에 따른 원가비용 과다초과, 자금부족에 따른 부채증가, 수주부진에 따른 일감부족 등으로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노사 불신의 책임은 사측의 무성의한 협상 태도라는 것이다. 사측은 지난해 임금재협상 시기에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핑계로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노사간의 불신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일시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안을 놓고 팽팽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한 관계자는 “경영진단,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무산, 임금협상 결렬, 그리고 최악의 영업실적은 결국 박대영 사장의 리더십 부제에 따른 것아니냐”며 “박 사장의 신년사는 지난해 쓰나미처럼 지나간 구조조정에 위협을 다시느끼게 하는 것 외에도 향후 있을 구조조정에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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