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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원료약 자급률 11%대로 '뚝'···심화되는 의약품 공급난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원료약 자급률 11%대로 '뚝'···심화되는 의약품 공급난

등록 2023.09.05 13:01

유수인

  기자

해외 의존도 높을수록 의약품 부족 심화

완제의약품의 경우 2018년 국내 자급도가 75.6%에 달했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 기준 68.7%로 떨어졌다.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작년 기준 11.9%로 곤두박질쳤다. 그래픽=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완제의약품의 경우 2018년 국내 자급도가 75.6%에 달했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 기준 68.7%로 떨어졌다.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작년 기준 11.9%로 곤두박질쳤다. 그래픽=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11%대로 떨어졌다. 의약품 자급률이 낮고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위기 상황에서 대처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팬데믹 발생 주기가 단축되고 있는 만큼 미지의 감염병(Disease X) 위협과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시장의 변화 등 잠재적 의약품 부족 상황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도별 완제·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 현황을 보면, 자급도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완제의약품의 경우 2018년 국내 자급도가 75.6%에 달했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 기준 68.7%로 떨어졌다.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작년 기준 11.9%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중 50.1%를 중국과 인도가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취약한 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코로나19 발발 사태 초기 당시 인도와 중국이 공장 폐쇄 및 수출금지 조치를 내려 국내 제약사들이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의약품 부족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연대가 깨지고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미국 등 제약 강국들조차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 제5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8년부터 200개 이상의 의약품 부족 문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미국 보건시스템약사협회(ASHP) 조사 결과, 코로나19 확산으로 항응고제, 간질 치료제,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을 포함한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고, 올 2준기 기준 의약품 부족 건수는 309개로 늘어 최근 5년 내 분기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에서는 호흡기 감염 급증으로 인한 항생제 수요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제조 지연 및 생산능력 부족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의약품 수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약 선진국인 스위스에서도 이부프로펜, 파라세타몰과 같은 일반 진통제, 항생제 및 만성질환 치료제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3월 기준 최소 1000개의 약품이 공급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지난 6월 기준 의약품 전체 품목의 약 1/4에 해당하는 3800품목 이상이 공급 정지나 출하 제한 상태로 의약품 부족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상황이 엔데믹으로 전환된 지금까지도 비염, 알레르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로 인해 슈도에페드린 제제의 수급 불안정 등 의약품 부족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의약품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된 공통된 원인으로는 수요 대비 원료물질 및 생산능력 부족, 저가정책에 기인한 제네릭(복제약) 시장 축소, 품질 이슈 등이 꼽힌다.

이에 미국 정부는 여러 차례 법안 발의와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의약품의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 제시,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원료의약품(API) 자국 생산 등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0년 3월 식품의약국(FDA) 관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주요 의약품 제조시설의 위험관리계획 수립·유지·이행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캐어스 법안(CARES Act)을 통해 필수의약품의 공급 안정 지원에 나섰다. 그간 미국은 완제약 제조시설의 60%가 외국에 존재하고, 원료 제조시설의 14%만 미국에 존재하는 등 해외 의존이 매우 높았다.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며 고품질 의약품의 자국 생산을 늘릴 방안들을 제시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 산업재료 공급망 점검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구체적 조치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유럽도 유럽연합(EU) 내 공급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써왔다. 유럽의약품청(EMA)는 필수의약품 목록 관리를 강화해 왔고, 원료약 제조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특히 프랑스 보건예방부는 공급이 보장돼야 하는 281개의 중요 의약품의 초기 목록을 작성하고 이 목록을 통해 각 의약품의 생산망 조사와 공급 부족 대응을 추진했다.

업계는 우리 정부도 의약품 생산·개발 역량 강화, 혁신적인 R&D(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제약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연대가 깨지고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의약품이 전략물자가 됐다. 이전처럼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분업하는 패턴대로 갈 경우 백신 사태처럼 수급이 힘들어지면서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근본적이고 과감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며 "국산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가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품질 부문에서 중국, 인도산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혁신적인 행위를 했을 때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세제지원도 수반된다면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협회도 우리나라의 의약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약품 생산·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제약주권 확보 ▲의약품 공급 부족 대응을 위한 범정부적 협력 체계 구축 ▲원료의약품 자급화 방안 마련 ▲국가필수의약품 제도 개선 ▲제네릭 의약품 품질 강화 대책 수립 등을 제안하고 있다.

협회는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세제 혜택 및 R&D 지원 확대, 자사 생산원료 사용에 대한 약가우대 기간 연장 및 자사 포함 계열사까지 약가우대 범위 확대,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네릭 의약품 가격 우대 등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 정책 및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화학제조 방식을 대체할 바이오제조 등 지속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인 제조 기술을 개발 및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약품 선정 기준 개선과 목록 확대를 통해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의 공급 부족을 방지하고 더 넓은 범위의 인구 집단이 사용하도록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공장 자동화·스마트화, 설계기반품질고도화(QbD) 및 연속제조공정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제네릭 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생산 역량을 강화해 각국의 공급처 다변화를 우리 기업들의 의약품 수출 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염병X에 대비해 백신·치료제 R&D도 대폭 확대하고 미국의 ARPA-H와 같은 혁신적인 R&D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제약주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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