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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와인 수입 나선 hy의 속내..."종합유통기업 거듭난다"

유통·바이오 식음료

와인 수입 나선 hy의 속내..."종합유통기업 거듭난다"

등록 2023.04.17 16:50

유지웅

  기자

신성장동력 'B2B' 강화···'희소성' 와인 승부"프레딧·부릉·건기식 사업으로 시너지 창출"

hy가 B2B 역량을 강화하며 와인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hy가 B2B 역량을 강화하며 와인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hy가 와인 수입에 나서며 '종합유통기업'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한다.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를 인수한 데 이어 확충한 물류망을 통해 B2B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y는 와인 수입 사업에 뛰어들었다. hy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주류수입면허를 취득, 지난달 조지아 '텔리아니 밸리'에서 생산한 와인 12종을 들여왔다. 국내에선 아직 판매된 적 없는 제품으로 가격은 2~3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hy 관계자는 "샘플링 차원에서 들여온 와인을 선별 중에 있다"면서 "발주는 아직 넣지 않은 상태고, 거래처를 검토하는 등 사업을 시작하려는 단계"라고 밝혔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가 '와인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hy는 '희소성'과 'B2B'로 승부를 던졌다. 조지아 와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hy는 '끼리치즈'를 유통했던 노하우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2016년 당시 국내엔 생소했던 끼리치즈를 수입·판매하며 성공을 거둔 전례가 있다. 끼리치즈는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 개수 500만개, 매출액 250억원을 기록했다.

와인 공급 대상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주류도매상이 될 예정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아닌 B2B(기업 간 거래) 방식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B2B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프레시 매니저가 배송서비스 제휴사의 제품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사진=hy 제공프레시 매니저가 배송서비스 제휴사의 제품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사진=hy 제공

앞서 hy는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고 물류·유통 부문을 강화했다. 프레딧 서비스는 hy의 자체 물류망을 활용한 B2B 사업이다. 야쿠르트를 배달하던 냉장 배송 물류망의 강점을 살려, 부피가 작고 냉장이 필요한 물건을 주로 취급한다. 자체 배송 시스템이 없거나 추가적인 유통망을 필요로 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hy의 온라인몰 '프레딧'은 론칭 3년 만에 누적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은 10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다. 서비스 만족 척도인 '정기배송 유지율'은 92%에 달한다.

프레딧 서비스의 핵심은 전동카트 '코코'와 1만1000명의 '프레시 매니저'(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해 배송 직전까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고, 과일·도시락·샐러드 등 취급이 어려운 제품도 배송 가능하다. 스티로폼·냉매 등 저온 유지를 위한 필수 부자재가 들지 않아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프레시 매니저는 고객사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배송 시간을 조정하고 반품 등 요청사항을 실시간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제품 카테고리 확장도 이용자 유입을 이끌었다. 현재 상품종류수(SKU)는 1300종으로 론칭 초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신용카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커피 원두 등으로 제품군이 확대됐고, 최근엔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 개선으로 포장육 배송도 가능해져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 사진=메쉬코리아 제공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 사진=메쉬코리아 제공

hy는 메쉬코리아 인수를 통해 물류기업으로의 역량까지 확보했다. 프레딧 서비스에 메쉬코리아 물류 시스템을 합치면 배송인력만 3만명에, 배송 거점은 1100곳이 넘는다. 프레딧 서비스는 신선식품 배송에 강점이 있고, 부릉은 빠른 배송에 장점이 있어 둘 간의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물류분야 정보기술(IT)과 B2B 데이터의 가치가 크다. 기존 부릉의 경쟁력에 hy의 투자가 더해진다면 B2B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낼 수 있다.

hy는 자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 제품을 배송해 취급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hy는 이 사업을 통해 연간 3000억원까지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이번 와인 수입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통·물류 강점을 바탕으로 B2B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 수익성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hy가 신사업에 나서는 까닭은 식품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hy는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 초반대 머물러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조1000억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유제품과 발효유 등 기존 주력사업이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이에 hy(당시 한국야쿠르트)는 2021년 사명을 변경하며 "식음료를 넘어 유통·물류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간판에서 대표 상품명인 '야쿠르트'를 뗀 것은 hy가 사업다각화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올해 10월 가동 예정인 hy 논산 신공장 조감도. 사진=hy 제공올해 10월 가동 예정인 hy 논산 신공장 조감도. 사진=hy 제공

hy는 6조원 규모인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B2B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1976년 유가공업계 최초로 설립된 중앙연구소는 보유 균주만 5000종에 달한다. 자체 개발한 '개별인정형' 프로바이오틱스가 핵심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별인정형 원료에 대해 기능성을 인증, 일정 기간 판매 독점권을 부여한다.

hy는 올해 조직개편에서 중앙연구소에 소재개발팀을 새로 꾸렸다. 이 조직을 통해 건기식의 원료인 균주에 대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hy는 현재 7개 개별인정형 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5개 원료를 인증받겠다는 목표다.

hy는 종근당건강, 대웅제약 등 20여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고객사를 지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연매출은 사업 첫해(2020년) 35억원에서 지난해 101억원으로 증가했다.

늘어나는 B2B 수요에 맞춰 hy는 논산 신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안에 신규 생산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설비가 완공되면 B2B 판매용 균주는 생산량이 60%가량 늘어난다.

현재 hy는 메쉬코리아 본사를 서울 서초구 hy빌딩으로 입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메쉬코리아를 중심으로 유통·물류 시스템을 강화하고, B2B 사업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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