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구미현 사내이사 임기 만료에 '지분 공동 매각' 물건너갔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미현 씨가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지분 공동 매각'에 완전히 제동이 걸렸다. 이에 구지은 부회장 체제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이달 18일 자로 사내이사직을 내려놨다. 사내이사 임기 3년을 채우고 난 후 재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남매의 지분 공동 매각 전략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다.

당초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지분 공동 매각을 추진해왔다. 구 전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보유 지분 38.56%를 매각하기 위해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선정하고 구미현 씨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제안했다.

구미현 씨도 여기에 동참하며 남매는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업계는 동반 매각으로 최대 주주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더 높은 주식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구미현 씨가 지분을 따로 팔기로 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구미현 씨는 별도의 자문사를 선정하고 자녀 지분을 포함한 아워홈 지분 20.06%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국내외 사모펀드(PEF)와 서너 군데가 관심을 보여 협상을 진행 중이며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 가격은 2000억원 수준이다.

아워홈 경영권 지분은 이사회 승인 없이 제3자에게 매각하기 어렵게 돼 있다. 아워홈 정관에는 주식을 양도할 경우 양도자가 양도 당시 주주명부상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각 주주의 주식비율대로 양도하게 돼 있고 반드시 사전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주식 양도 승인은 전체 이사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아워홈 이사회는 구지은 부회장 측이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구지은 부회장이 구미현·명진 씨와 함께 21명의 신규이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워홈 이사회 인사는 모두 구지은 대표 측 측근들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분 매각에 앞서 이사회를 장악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구 전 부회장 측이 올린 새 이사 48명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고배를 마셨다.

안건 부결은 구미현 씨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이 컸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구미현 씨는 구 전 부회장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아워홈 임시 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이 제기한 주주제안 안건에 구미현 씨가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구미현 씨가 지난해 4월 구명진·지은 씨와 함께 작성한 '협약서'에 대한 법적 효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협약서에는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은 또 구미현 씨가 이를 어기고 구 전 부회장의 편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에게 위약금 300억원을 물어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최근 구미현 씨가 지분을 따로 팔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안건 선임도 어려울뿐더러 두 사람의 지분(58.62%)을 합쳐 매각하면 경영권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구지은 부회장 측이 장악한 이사회가 승인을 해 줄 리는 만무하다.

결국 구미현씨는 경영권 탈환이 아니라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개별 매각이 답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구미현 씨가 지분을 따로 팔아도 구지은 부회장 측의 지분을 넘어서지는 않기 때문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 또한 '지분 매각만이 목적'이라면 구미현 씨와 서로 다른 노선을 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워홈 측도 구미현 씨가 회사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인수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데에는 제동을 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미현 씨가 지분 매각에 대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진정성'에 의심을 가졌고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공동 매각 연합이 와해 수순을 밟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