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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에 대한 유감

[기자칼럼]‘삼성 특검’에 대한 유감

등록 2017.02.14 17:43

강길홍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특검은 삼성 수사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면서 ‘삼성 특검’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수사기간 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이미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 3주 이상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지난 13일에도 이 부회장을 소환해 15시간이 넘는 조사를 벌인 뒤 돌려보냈다. 특검은 15일 전후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첫 번째 영장청구가 구속된 이후 3주간에 걸쳐 증거를 보강한 만큼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특검이 새롭게 제시할 증거물들도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위해 ‘짜맞추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특검은 첫 번째 영장을 청구할 당시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다방면의 금전 지원을 한 혐의(뇌물공여)를 적용했다.

특검은 삼성전자가 최씨의 독일법인인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800만원 후원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에 낸 출연금 204억원 등 총 433억원 모두들 뇌물로 봤다.

이 부회장 측은 청와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최씨 모녀를 지원했지만 대가성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정도를 비춰볼 때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이 잡듯 뒤졌다. 그리고 삼성이 신규순환 출자 해소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피 상장 때 특혜를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을 끄집어 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공정위가 삼성의 주식매각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다고 봤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가 두달 뒤 처분할 주식 규모를 500만주로 줄여 발표했다. 특검은 공정위가 당시 삼성 측에 유리한 조치를 취했는데 여기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청와대의 도움으로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 상장 규정을 개정해 3년 연속 적자였던 삼성바이로직스의 상장이 가능했다는 점도 새롭게 이 부회장의 혐의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 측은 순환출자 해소 때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때도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삼성 측은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공정위는 삼성 합병건을 검토하면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으로 삼성SDI를 상대로 주식처분명령 등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삼성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500만주를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관련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우선 고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증권거래소의 지속적인 권유로 코스피 상장을 결정한 것”이라며 “코스피 상장 규정 변경 전에도 나스닥과 코스닥 상장은 가능했고 코스피 상장으로 인한 추가 혜택은 없다”고 밝혔다.

재계나 법조계에서는 이 두 사안이 실제로 법정으로 가면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유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빠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도 특검은 삼성의 특혜를 받았다는 증거 확보에만 매달릴뿐 정작 가장 중요한 수사 대상인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 조사 이후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하려고 했으나 어렵게 되자 두 사안을 별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첫 번째 영장청구가 기각된 이유가 그대로인 셈이다.

또한 특검이 당초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만 검토했던 것에서 현재 피의자 신분인 삼성 관련 인사 모두에 대해 영장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방침을 바꾼 것도 논란이 된다.

현재 삼성그룹에서 피의자 신분인 경영진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5명이다.

앞서 특검은 고위 경영진을 한꺼번에 구속하게 되면 기업 경영에 차질이 발생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수사기간이 촉박해지자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 정한 원칙도 깨트리는 셈이다.

특검이 이토록 삼성에 집중하는 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우병우 전 수석과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못하고 끝내게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특검은 1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시간이 촉박해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밝혔다.

특검으로서는 이 부회장의 영장을 발부받는 것 자체로 이번 수사의 성패를 평가받기 때문에 구속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회장에게 죄가 있다면 당연히 벌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에 집중하느라 나머지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특검은 지난달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당시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했다. 하지만 영장은 결국 기각됐다.

만약 특검이 ‘차고 넘치는 증거’를 확보했다면 당장 구속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재판을 통해 충분히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간한다.

그럼에도 특검은 계속해서 이재용 구속에 매달리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삼성 특검’이 유감스러운 이유다.

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소환.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소환.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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