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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25만명 온다는데···” 예전같지 않은 동대문 상권

[르뽀]“요우커 25만명 온다는데···” 예전같지 않은 동대문 상권

등록 2016.10.04 07:47

차재서

  기자

中국경절 연휴에도 두타몰 ‘한산’ 명동·롯데마트몰 등과는 대조적APM·밀리오레는 소비자 발길 끊겨 “제품·가격 차별화로 변화 꾀해야”

2일 동대문 두타몰 앞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2일 동대문 두타몰 앞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사실 국경절이라고 해서 중국인 방문객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관광 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연휴는 이제 막 시작했으니 몇일만 지나면 ‘요우커(旅客)’들이 동대문으로 몰려들지 않을까요?”

2일 서울 동대문구 두타몰에서 만난 한 직원에게 외국인 관광객 방문 추이를 물으니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손님 응대에 여념이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좀처럼 방문자가 늘지 않는 점에 대한 씁쓸함이 묻어났다.

궂은 날씨 때문이었을까. ‘2016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우리나라의 개천절, 중국 국경절 연휴를 동시에 맞은 일요일임에도 동대문 상권의 풍경은 다소 어두웠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사람들이 꾸준히 모여들긴 했으나 매년 이맘때마다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날 비슷한 시간대 국내외 쇼핑객으로 북적인 명동이나 잠실 롯데월드몰 등과도 대조적인 양상을 띠었다. 국내 최대 세일행사를 기념하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려 있었지만 ‘축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일 두타몰 매장 1층에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있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2일 두타몰 매장 1층에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있었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오후 1시께 두타몰 입구에 들어서니 1층에 설치된 간이 의자에 모여앉은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인이 대부분이었고 일본이나 태국 등지에서 방문한 사람도 있었다.

다만 이들의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20여분간 매장에서 나오는 사람을 관찰해보니 손에 제품을 사들고 나온 사람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했다. 아예 쇼핑을 하지 않거나 잠시 둘러본 뒤 가이드가 정한 모임 장소로 나와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매장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포츠웨어를 판매하는 지하 1층부터 여성복을 판매하는 3층까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있었지만 가방이나 아동복,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4~6층은 품목에 따라 10~80%의 할인 혜택을 마련했음에도 무척 한산했다.

두타몰 8층 화장품 매장에도 방문자를 찾기 어려웠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두타몰 8층 화장품 매장에도 방문자를 찾기 어려웠다.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심지어 화장품 브랜드가 대거 입점해있는 8층은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화장품 매장의 판매원은 이번 연휴에 많은 중국인이 매장을 찾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지난주와 앞선 이틀간의 매출을 비교했을 때 뚜렷한 상승세가 보이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나마 두타몰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주변에 위치한 현대시티아울렛이나 APM, 밀레오레 등 쇼핑센터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발을 멈춘 1층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방문자가 보이지 않았다.

현대시티아울렛의 경우 면세점이 입점해있지 않기 때문인지 내국인 방문자가 많았고 대부분 매장에 손님이 없어 한가한 분위기였다. APM도 여성복 코너에만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 있을뿐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비어있는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APM에서 남성복을 판매하는 한 매장 주인은 “날씨 때문인지 평소에 비해 손님이 적다”면서 “‘코리아세일페스타’와 맞물려 일부 제품에 할인율을 적용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딱히 효과를 보는 것 같지 않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APM에 위치한 매장.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APM에 위치한 매장.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이처럼 과거 해외 관광객의 랜드마크였던 ‘동대문 패션 쇼핑몰’ 일대는 최근 급격히 영향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시내 면세점의 난립으로 다른 상권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이 떨어지는데다 제품·가격 차별화에 실패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이날 동대문 쇼핑거리를 오가던 중 중국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것이 없다”는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이는 중국 내 판매되는 제품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특정 유통 채널을 선호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두타몰 식품코너에서 마주친 한 중국인 여행객은 “매장 분위기나 (중국인 직원의)고객 응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어차피 일정 중에 ‘롯데면세점’을 방문할 계획이라 담배나 작은 화장품 등 제품만 이곳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롯데면세점’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인이 한국에서 많이 찾는 곳이라 신뢰가 간다”면서 “이 곳(두타면세점)보다 고가의 제품이 많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두타몰 내 여성복 매장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두타몰 내 여성복 매장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이에 일각에서는 외국인 소비자 중심의 동대문 상권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분위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곳과 차별화된 제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쇼핑센터마다 기획하는 외국인 소비자와의 소통 전략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두타면세점의 경우 지난 28일부터 ‘당일 100달러 이상 구매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황금바와 전기밥솥, 홍삼 제품 등을 선물하는 행운의 볼 이벤트를 진행 중이지만 관심이 높지는 않은 편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에는 600~700명, 이달 1일에는 300여명 정도가 이벤트에 참가했으며 2일에도 참가자가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일에는 한 중국인 여성이 5등 상품인 ‘연예인 손거울’에 당첨되자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이 형식적인 경품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중국 국경절을 맞아 25만명의 요우커가 국내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동대문 상권이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 지역이 ‘쇼핑의 중심지’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소비자의 심리를 반영해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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