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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 수지가 더 욕심을 냈더라면

[NW리뷰]‘도리화가’ 수지가 더 욕심을 냈더라면

등록 2015.11.23 18:13

수정 2015.11.24 08:15

이이슬

  기자

사진='도리화가' 포스터사진='도리화가' 포스터


“저 아이에겐 특별한 게 있네. 심청이도 되고, 춘향이도 되는 것일세”

수지는 영화 ‘도리화가’를 통해 화장을 지우고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이 됐다.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소리가 운명인 소녀 진채선이 나타나며 영화는 시작한다. 조선 말기,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 분) 앞에 소리가 하고 싶다는 소녀 진채선(배수지 분)이 나타난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우연히 듣게 된 신재효의 아름다운 소리를 잊지 못한 채 소리꾼의 꿈을 품어온 채선이지만, 신재효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선을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나 채선은 포기하지 않고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신재효는 그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개최하는 전국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의 소식이 들려오고 신재효는 ‘춘향가’의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진채선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면서 채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

수지는 금기를 넘어선 여류소리꾼, 진채선이라는 거창한 옷을 입었다. 역사 앞에 굴하지 않고 당차게 시대에 맞선 배역인 만큼 배역을 소화하는 과정, 즉 소리의 변화와 배짱은 필수덕목이 되겠다.

앞서 ‘건축학개론’을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이 된 수지이지만, ‘도리화가’를 통해 그 한계를 지운 것은 확실해보인다. 그 부분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것은 수지가 배역을 영리하게 잘 선택한 배경이 한 몫했다. 멜로가 아닌 능동적인 배역을 통해 수지는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을 넓혔다.

‘도리화가’ 수지가 더 욕심을 냈더라면 기사의 사진

‘도리화가’ 수지가 더 욕심을 냈더라면 기사의 사진

‘도리화가’ 수지가 더 욕심을 냈더라면 기사의 사진

사진='도리화가' 스틸컷사진='도리화가' 스틸컷


그러나 수지가 욕심을 더 냈더라면 어땠을까.

소리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이기에 극 초반 진채선은 소리를 잘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 수록 소리꾼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깊어지는 감정 변화를 연기적으로 잘 표현해야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다. 수지는 변화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했어야 했다.

수지는 발성부터 달리했어야 했다. 이는 함께 동리정사의 소리 선생 김세종을 연기한 송새벽과 견주었을 때 확연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송새벽은 ‘도리화가’를 위해 1년 넘게 연습에 매진해 수준급의 소리를 표현했다. 송새벽의 소리는 발성부터 달랐다. 수지 역시 비슷한 연습기간을 거쳤다고 알려졌지만,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소리는 기대 이하였다. 영화 도중 목에서 나오는 생소리가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극 후반에는 OST가 과도하게 삽입돼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왜 후반부 OST를 쏟아부어야만 했을까.

목숨을 걸고 역사에 묶인 금기를 깰 만큼 진채선의 소리는 남달라야 했다. 물론 전문 소리꾼이 아니기에 어느정도 감안하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소리의 수준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표현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일부 배우들은 촬영을 앞두고 살을 찌우고 소리를 배우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도리화가’는 극 후반 사랑으로 귀결된다. 진채선의 성장보다 신재효를 향한 사랑에 무게가 실린다. 그나마 영화에 몰입을 더하는 것은 류승룡, 송새벽의 호연이다.

류승룡과 송새벽은 실제 조선시대 생존했을 법하다 느낄 만큼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소리를 ‘연기하려’ 하지 않았으며, 소리를 했다. 여기에 이동휘와 안재홍이 기막힌 호흡으로 재미를 더한다. 25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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