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8일 일요일

  • 서울 22℃

  • 인천 17℃

  • 백령 14℃

  • 춘천 20℃

  • 강릉 13℃

  • 청주 22℃

  • 수원 19℃

  • 안동 20℃

  • 울릉도 16℃

  • 독도 16℃

  • 대전 16℃

  • 전주 21℃

  • 광주 21℃

  • 목포 18℃

  • 여수 19℃

  • 대구 19℃

  • 울산 15℃

  • 창원 19℃

  • 부산 16℃

  • 제주 20℃

개인워크아웃은 ‘말로만 구제’ 곳곳에 허점

개인워크아웃은 ‘말로만 구제’ 곳곳에 허점

등록 2013.10.29 06:00

최재영

  기자

채무자 10명중 3명은 중도 탈락···1~3년차 가장 많아
탈락자 90%가 1년 내 포기···과도한 변제금액이 원인
조정이자율 적용 10년 동안 갚는 금액은 원금의 두배


#.대전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했던 김모(48)씨는 지금은 경기 인근의 작은 공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5년 전 여러 금융기관에 수억원의 빚을 지고 폐업을 했다. 김 씨는 폐업한 이후 마치 수배자처럼 생활해왔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저곳 떠돌았다.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매일같이 찾아오는 채권추심회사 직원의 압박을 당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채권추심회사를 1년여 동안 피해왔던 김 씨에게 한 가닥 희망은 있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개인워크아웃 제도였다. 당시 법원을 통해 파산 신청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법률 지식과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김 씨는 다행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채무조정을 받았다. 채권추심 압박에서 벗어난 김 씨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10년 가까이 납부해야하는 채무는 접어두더라도 월 납입금액이 너무 많아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채무조정 2년 만에 또다시 스스로 ‘도망자’ 생활을 선택했다.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매년 크게 늘고 있지만 정부의 제도가 김 씨처럼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달 소득의 30% 가까이를 워크아웃 변제금액으로 내고 있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한 달 월급의 60%가까이를 생활비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변제금액은 엄청난 금액이다.

민주당 이학영 국회의원이 최근 신복위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워크아웃 승인자’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신복위에 신청한 개인워크아웃 대상자는 114만2914명이다.

그러나 워크아웃 신청자 가운데 10명중 3명은 졸업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했다. 특히 상환자 64.2%가 1년은 넘기지 못하고 탈락했고 90%는 3년 이내에 중도에 포기했다.

올 9월까지 중도탈락자는 30만7883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상환자중 1년차 탈락율은 64.2%(19만7720명)로 가장 많았고 2년차는 18.2%(5만5943명), 3년차 8.4%(2만5821명) 순이다.

탈락율이 가장 높은 구간은 소득의 30% 이상을 납부하는 사람들이다. 30% 납부자는 전체 승인자 가운데 30%가 넘었고 탈락율도 44%에 달했다.

개인워크아웃 상환을 못하는 경우 최대 2년 동안 2% 이자만 내면 상환을 유예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유예신청자는 36만3268명으로 전체 승인자의 35%에 달했다. 특히 이중 2만9208명(8%)는 결국 스스로 탈락했다. 실제 개인워크아웃제도 졸업자는 10명 중 4명 수준만 정상적으로 졸업하든 셈이다.

중도 탈락율이 높은 이유 가운데는 조정방식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개인워크아웃제도 중 사전채무조정인 프리워크아웃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프리워크아웃은 원금 감면 없이 연체이자와 약정이자를 일부 조정하고 최대 10년 동안 나눠갚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625만원의 원금이 있다면 약정이자 56만원을 합하면 2681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워크아웃 조정이자율은 평균 15% 수준이다. 한 달에 43만원씩 10년 동안 갚는다면 5190만원이 된다. 원금의 두 배 수준이다.

이 의원은 “채무자의 소득을 감안하지 않고 일단 무리하게 변제계획을 요구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며 “현재 개인워크아웃제도는 채권자 중심의 가혹한 채무변제프로그램으로 밖에 볼 수 없어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