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1일 토요일

  • 서울 14℃

  • 인천 14℃

  • 백령 12℃

  • 춘천 17℃

  • 강릉 20℃

  • 청주 17℃

  • 수원 15℃

  • 안동 20℃

  • 울릉도 17℃

  • 독도 17℃

  • 대전 18℃

  • 전주 18℃

  • 광주 17℃

  • 목포 18℃

  • 여수 19℃

  • 대구 22℃

  • 울산 20℃

  • 창원 21℃

  • 부산 19℃

  • 제주 17℃

안방도 못 지키고 ‘주눅’···스마트 DNA 심자

안방도 못 지키고 ‘주눅’···스마트 DNA 심자

등록 2013.04.08 07:00

민철

  기자

[창간기획]제조업이 희망이다 ⑦ 소형가전산업 <끝>

직장인들에게 일분일초가 급한 출근시간. 갑작스런 헤어드라이기의 고장으로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은 헤어드라이기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면서 “좀 오래 가는 제품을 만들 수 없나” “더 스타일리시 한 제품은 없을까”라는 등의 말을 무심코 던지기도 한다.

우리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형가전제품을 들여다보면 외국산 브랜드가 대부분이거나 우리나라 제품이지만 무척이나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소한 만큼 신뢰를 하지 못하는 게 소비자들의 심리. 그렇다보니 소형가전 매장마다 진열대의 명당은 항상 외산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TV·세탁기·에어컨 등 대형가전제품은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소형가전제품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조차도 설 자리를 점차 잃고 있다.

기존 외산 브랜드는 제품 경쟁력으로 중국산 제품은 가격경쟁력으로 우리 소형가전제품과 제조사를 위아래로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들 소형가전제품 제조사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현실은 산업 전체의 고민거리다.

더욱이 소형가전은 생활필수품으로 경기변동 영향을 받지 않는 등 수요가 증가하는 ‘틈새시장’임이 분명한데도 이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 강국···소형은 외산에 ‘안방’ 내줘 = 우리나라가 만든 TV·세탁기·에어컨 등 대형생활가전은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제품을 제치고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가전 강국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형가전은 외산업체가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동칫솔·헤어드라이어·전기면도기·커피메이커·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 등에서 필립스와 밀레, 브라운, 일렉트로룩스 등 외산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다.

저가 중소가전에서는 가격을 무기로 하는 중국 업체의 도전도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이렇다 할 국내 브랜드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소형가전 소비는 꾸준하게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대형가전보다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실속형 소형가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 1인 가구는 4가구 중 1가구로 전체 인구의 8.8%를 차지한다.

1인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액은 50조원으로 불황 속 새로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 제조사들은 이러한 호기(好期)를 놓치기 않고 디자인과 품질, 아이디어 앞세워 시장에 적극 뛰어들며 점유율을 끌어 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경기불황 속에서 대형생활가전의 소비는 줄어든 반면 소형가전제품의 소비증가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가전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이와 달리 소형가전은 스타일러 등 아이디어 제품을 내세워 전년 대비 4.9% 신장했다.

소형가전의 성장률은 공기청정기, 헤어스타일러, 전동칫솔 및 커피 메이커 제품군이 이끌었다.

GfK는 “소형가전으로 분류되는 거의 전 품목이 2011년과 비교해 좋은 성과를 보였다”며 “경기불황으로 집에서 직접 머리를 손질하고 커피를 내려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제품의 판매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산 업체들은 오랜 노하우를 기반으로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 검증된 제품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악순환 연속’ 中企 , “스마트 DNA 심어줘야” = 국내 가전업계가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 수입산에 잠식당한 가전제품도 적지 않다. 다리미나 블렌더, 커피메이커, 핸디형 진공청소기, 전기포트, 면도기 등 상당수의 소형가전이 수입산으로 채워져 있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가전을 생산하는 대기업 임원의 부인들은 국산이 아닌 수입산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한다”는 우스겟소리도 나온다.

물론 모든 가전제품을 국산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기능성 제품에 대해선 국산이 아예 없다는 점은 우리 산업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군은 대기업의 규모의 투자로 기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근접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자연스레 기술개발(R&D)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되는 소형가전제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틈새시장’인 소형가전시장의 증가는 호기지만 외산 제품의 기술력을 대항할 기술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인 데다 기술력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전업체는 4500여개에 이르지만 절대 다수인 4400여개가 중소기업이며 주로 소형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신생 가전 중소기업이 창업 2년 내 폐업하는 비율이 50%에 이른다는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조사에서 보듯 이들 중소기업의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소형가전제품 제조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부의 기업 생태계 마련과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의 노하우 전수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외산 제품들에 밀려 있는 중소 소형가전제품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며 “대기업들이 스마트 DNA를 다른 제품에도 심기로 했듯이 대기업의 스마트 DNA를 소형가전에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철 기자 tamados@

뉴스웨이 민철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