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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7-14 14:57

LCC 첫 M&A ‘불발’ 무게…이스타항공 파산 임박

제주항공 선결조건 데드라인 하루 앞으로
미지급금 축소 노력 불구, 협상 여지 없어
이스타측 미이행 명분 삼아 인수포기 선언할 듯
법정관리 돌입시 회생보단 청산…존속가치 낮아

이스타항공, M&A 관련 긴급기자회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 처음으로 추진되던 인수합병(MA&A)이 결국 무산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의 최후통첩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상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맞은 이스타항공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대승적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스타항공이 매각 실패에 따른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1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열흘 내로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한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M&A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제주항공이 언급한 열흘은 주말을 제외한 기준으로 이달 15일이 데드라인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약 260억원의 직원 체불임금을 비롯해 조업료, 유류비, 공항시설 이용료 등 총 1700억원 가량을 연체하고 있다.

현금 유동성이 바닥을 친 이스타항공은 당장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는 보유하던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에 무상 헌납하겠다며 일찌감치 발을 뺀 상태다.

제주항공과의 M&A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긴급 금융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기 위해 전사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는 한편, 항공기 리스사와 국토교통부에 비용 감면을 요청했다. 조업비, 유류비 등 관계사와는 연체대금을 놓고 협의 중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인수 주체라는 이유만으로 미지급금을 대신 갚아줄 생각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미지급금 일부만 해결하는 것은 선결조건 이행이 아니라며 계약 파기 명분으로 밀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노력에도 불구, 제주항공이 데드라인 이후 계약 파기를 공식 선언할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직격으로 받고 있어 부실회사인 이스타항공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고, 최대주주인 AK홀딩스와 2대주주 제주도의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번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선 점은 변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전제로 5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았고,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항공사 경쟁력 핵심인 운수권 배분권을 쥐고 있다. 인수 무산에 따른 패널티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대승적 결단을 내리기엔 제주항공의 경영난이 매우 심각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와 무관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유상증자 배정 물량의 40% 수준만 받기로 했고, 우리사주조합 등 기존 주주들의 청약률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누적 영업적자만 15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제주항공이 M&A를 포기하면,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극적으로 새로운 인수자가 등판해 회생 지푸라기를 잡을 것이란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새 인수자는 이스타항공 미지급금을 떠안으면서, 항공업황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기까지 2~3년간 경영자금을 대줘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 돌입시 회사 청산(파산)이 예상된다. 구조조정 등의 대책으로 회생할 수 있는 여지가 낮기 때문에 계속기업(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항공사업법에 따라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강제 반납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올해 3월부터는 전노선 운항중단(셧다운)에 들어가면서 5월 말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됐다. AOC는 항공사가 조직과 인력, 시설, 장비 등 안전운항체계를 갖췄는지 종합적으로 검사해 부여한다. 보유 중이던 항공기 23대 중 8대도 이미 반납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후 경영과 재무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스타항공이 문을 닫으면 국토부는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 이용 권리)을 회수하고, 기존 LCC에 재배분한다. 자유경제체제 논리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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