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혁 기자
등록 :
2020-06-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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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의 산업부 타자기]판에 박힌 ‘리쇼어링’…기업이 고개 돌린 이유

외국으로 나간 제조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이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과 해외의 첨단 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리쇼어링은 갑자기 튀어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2년부터 국내에서 집중 논의돼 정책으로 추진됐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같은 선진국들은 2008년 금융 위기에서 깨달음을 얻어 곧바로 이를 실행했다. 이들 모두 과거의 ‘제조업 영광’을 되찾는 동시에 자국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문 대통령도 총선 압승으로 집권 여당의 힘을 체감한 터라 리쇼어링을 재차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가깝게 보면 리쇼어링 정책은 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리쇼어링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의 간극은 2012년보다 더 멀어 보인다. 문 대통령 연설 이후 우리 기업 중 3%만이 리쇼어링을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2012년 리쇼어링 정책이 나왔을 때 이를 고려한 기업은 4.7% 수준으로 조사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업들의 체감 반응은 달라진 것이 없다.

정책이 똑같아서 그렇다. 이번에도 리쇼어링 유인책은 각종 세제 혜택과 고용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수준이다. 거절당한 뒤 발전 없는 존재 가치와 판에 박힌 구애로 성공한 러브 스토리는 세상에 없다.

기업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정부와 기본 전제부터 다르다. 리쇼어링 자체가 한국형 수출 중심 기업 환경엔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충 눙치는 ‘고임금 문제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인식이 본질은 아니다. 밖으로 나간 기업들이 돌아오면 고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리쇼어링 하지 못한다는 분석은 그래서 일차원적이다. 임금으로 따지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같은 국가들도 우리 못지않거나 그 이상이다.

오히려 기업 입장에선 생산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까지의 전체 가치사슬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수출을 가르는 건 제품력뿐만이 아니다. 현지에 얼마나 브랜드 충성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얼마나 현지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느냐와 같은 무형의 자산들도 포함된다. 삼성, 현대, LG는 알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이 회사 제품은 필요하면 산다. 기업이 목청 높이는 ‘현지화’라는 것은 이런 무형의 가치까지 포함된 본원적 구호다. 여기서 기업에게 국적과 국경은 무의미하다.

냉정하게 뒤떨어지는 국내 내수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 수출 중심 글로벌 경제 공급망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편입됐거나 이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2012년 실패한 리쇼어링 카드를 판화처럼 다시 찍어내기보다는 고부가 첨단 산업으로의 변화 흐름에 몸부림치는 기업들이 뛰어놀도록 지원하는 것이 창의적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아예 ‘U턴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곳만큼은 모든 규제를 풀어 선진국 수준의 규제 개혁으로 끌어올리고 외국 투자기업에 준하는 지원제도 마련을 약속하는 것이다. 정책 실험도 해볼 수 있고 시행착오도 겪어 깨달을 수 있다. 이 방안은 20대 총선 당시 몇몇 정당의 정책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상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하지만 역으로 이상부터 세운 뒤 현실에서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 나가는 법도 있다. 현실만 들여다보느라 땜질식 처방밖에 안 된다는 목소리도 기업 환경에서 나온다. 상상 먼저 한 뒤 실현 계획을 세웠다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그렇게 민간 최초의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아마존은 고객 요구부터 파악해 이를 충족하는 보도자료를 만든 뒤 제품을 기획한다.

대한민국의 업종별 연간 해외 투자 금액 중 제조업 통계. 사진캡쳐=해외직접투자통계 홈페이지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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