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4-02 16:55

이주열 “금융시장 악화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도 검토”

간부회의서 금융시장 안정 대책 점검
한은, 증권사 대상 대출 길 열릴 수도
영리기업 대출 사례는 1997년이 유일
“채안펀드로 회사채 차환 가능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금융시장 상황이 나빠지고 회사채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간부회의를 소집해 이날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금융시장 안정 대책에 따른 여파를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총재는 “오늘부터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가동되고 전액공급방식 RP 매입이 이뤄지는 등 시장에 대한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시작됐다”며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를 고려한다면 자체 수요와 채안펀드 매입으로 차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한은 차원에서 비상상황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법 제80조에 따라 비은행 금융기관 대상 대출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언급한 한은법 80조에는 금융기관의 대출 업무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어려우면 금융통화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원래 한은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정부나 정부대행기관, 금융기관 외 법인이나 개인과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한은법 79조에 규정돼 있다. 앞서 언급된 한은법 80조는 한은법 79조의 특별 예외사항인 셈이다.

그동안 한은법 80조가 적용된 사례로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회사의 업무정지와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한 대출이 유일하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는 은행이나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회사채 시장 안정 지원을 원칙으로 하며 법에서 정한 한은의 권한 범위를 넘어나는 일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단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불안해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0.75%로 결정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정책적 대응에 재빠르게 나섰다.

이외에도 시장에 원화가 풍부하게 돌 수 있도록 ‘한국판 양적완화’에 나섰고 공개시장운영의 대상이 되는 채권의 범위도 늘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장 안정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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