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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조현민이 남긴 ‘e스포츠’ 키우는 속사정

진에어 그린윙스 소유권 이전받아 직접 운영키로
조 전무, 네이밍 스폰서 활약…한때 ‘e스포츠 여신’
정부제재 원인제공자…악재까지 맞물려 수익 급감
성장성 높은 e스포츠, 인지도 제고·연계 상품 기대
조 전무나 모기업 경영개입 가능성 제로, 독립경영 중

그래픽=박혜수 기자

진에어가 네이밍 스폰서로 활동하던 e스포츠게임단 ‘진에어 그린윙스’를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e스포츠를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그린윙스는 진에어 경영악화의 원인 제공자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애정을 갖고 주도한 사업이다.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항공시장에서의 생존을 고심하던 진에어는 조 전무가 남긴 사업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다음달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e스포츠게임단 운영 및 부대사업’을 추가한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로부터 그린윙스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수익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진에어는 지난 2013년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에서 뛰는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제8프로게임단을 공식 후원하면서부터 e스포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궜다. 8게임단은 2011년 3개 프로게임단의 해체로 갈 곳을 잃은 선수들로 구성됐는데, 협회 직영으로 운영됐다.

당시 진에어 마케팅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조 전무는 게임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모기업인 대한항공이 2010년 스타리그를 후원한 것과 진에어가 2011년 스타리그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조 전무의 결정이었다.

조 전무는 8게임단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그린윙스를 탄생시켰다. 팀 로고는 항공사의 상징인 날개를 바탕으로 e스포츠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자는 의미를 담았고, 진에어 메인 컬러인 녹색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팀 로고는 항공기 창문을 모티브로 했다.

다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협회가 세부 운영을 맡았고, 진에어는 실질적으로 비용과 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했다.

한 때 ‘e스포츠계 여신’으로 불린 조 전무는 e스포츠 발전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팀은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됐고 우승 등의 성적을 거뒀다. 조 전무는 직접 경기 현장을 뛰어다니거나, 그린윙스 선수단을 랩핑한 항공기를 운영하는 등 e스포츠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에어 홍보 효과도 적지 않았다. 주요 게임 소비층인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진에어의 젊고 친숙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조 전무는 2018년 4월 ‘물컵논란’에 휘말리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특히 외국인 국적인 조 전무가 2010년부터 6년간 항공법을 어기고 사내이사로 불법 등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진에어의 경영환경은 급격히 곤두박칠쳤다. 진에어는 2018년 8월부터 1년 6개월째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노선 취항과 신규 기재 도입에 제재를 받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4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 제재 속 일본 여행 보이콧 장기화와 홍콩 사태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더욱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노선 운영 중단과 감편이 속출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에어는 부가사업을 통한 수익성 방어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e스포츠게임단 운영과 함께 보험대리점업, 광고업·광고대행업 및 제작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진에어는 그린윙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디지털 굿즈나 연계 상품 개발 등으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과거 게임단 후원 초기에는 해외 e스포츠 팬을 대상으로 관광 코스를 만들거나 멤버십을 마일리지로 환원해 주는 마케팅 등을 기획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홍보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18년 e스포츠 시청자 수는 1억6700만명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억1400만명보다 많았다. 지난해 말 열린 ‘2019 롤드컵’ 결승전 시청에는 무려 1억명이 몰렸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

성장성과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이 됐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정식종목 채택 가능성이 열려있다.

조 전무의 경영간섭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 전무는 지난해 6월 한진칼의 마케팅총괄책임자로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진에어와 관련된 사업이나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제재 해제 요건으로 ‘경영문화가 개선될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았는데, 오너가나 모기업 등의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진에어는 사실상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진에어 관계자는 “스타그래프트2의 경우 해외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많고,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주요 소비층인 10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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