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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9-11-18 17:42

‘규제 혁파론’ 접은 은성수, 윤석헌의 회유 먹혔다

殷 “규제 강화 두고 끝없이 숙고” 속내 토로
殷-尹 독대 중 ‘규제 강화’ 쪽으로 의견 공감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가 금지되고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이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규제론자’로 꼽히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고집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소신을 접도록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은성수 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추후 금융상품으로 인한 손실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 CEO 등 고위 경영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은행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나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상향 조정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규제 강화책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밝힌 셈이다.

은 위원장은 당초 ‘금융규제 혁파론’을 신봉했던 관료 중 한 명이었다. 본인 스스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나 수출입은행장 시절 ‘사모펀드가 금융당국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한때 ‘규제 혁파론’을 굳게 믿었던 배경은 은 위원장이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이자 시장 이해관계자인 금융기관 CEO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질서를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이 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은 위원장의 생각이 달라진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역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 시장 안정과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한 제재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윤 원장의 회유가 먹혔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9월 초 은 위원장이 취임한 후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은 대내외적 자리에서 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제도 개선안 발표에 앞서 지난 6일에도 금융위 정례회의 이후 독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DLF 사태와 관련해 사모펀드 규제 강화 여부 문제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원장은 과거 학자 시절 합리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금감원장 취임 이후 감독당국의 기조가 ‘규제 강화’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엇보다 윤 원장은 평소 사모펀드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손해가 갈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감독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윤 원장의 고집이었다.

특히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규제 완화는 금융 산업 발전의 필요조건이 될 수 없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규제 강화론’의 증거다.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금지와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상향 조정 외에도 금융상품 손실에 대한 CEO 징계 등 제도 개선안의 일부 항목을 보면 은 위원장이 평소 역설했던 기조와는 다소 달라진 부분이 등장한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 위원장이 제도 개선안의 전반적 수위를 윤 원장 의견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5일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등 금융업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규제 강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진땀을 흘린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목적으로 규제가 강화된다면 금융 혁신이라는 당국 기조에 반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금융회사의 원활한 영업과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목적을 동시에 수반할 수 있는 유연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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