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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기자
등록 :
2019-11-15 17:28

수정 :
2019-11-17 14:02

건설업계 “공정위 하도급법 벌점제…선순환 위한 세분화 필요”

‘벌금 내고, 벌점 받고, 영업정지도’…이중 처벌 심해
1억 초과 금액이 10억으로…뻥튀기 신고 사례도 有
罪경중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세분화된 제도 필요
구체적 제도 만들고 벌점 초과되면 강하게 제재 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7개 건설사와 하도급법 관련 벌점 제도 등을 논의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선 해당 제도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의 이중처벌을 줄이면서도, 벌점 기준을 초과한 건설사는 확실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공정위는 7개 건설사와 간담회를 열고 하도급법과 관련한 벌점 제도 등을 논의했다.

이는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생활 SOC 건설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불공정 하도급 관행 타파를 타깃으로 해왔던 공정위의 벌점 제도가 되려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서울시 명예 하도급 호민관)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하도급 관행을 줄이겠다고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던 공정위가, 정부의 건설투자 확대 기조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공사업 입찰 제한 가능성이 높은 종합건설사들에게 따로 주의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선 업계에서는 벌점 제도를 두고 공정위에서 이뤄지는 이중 처벌이 가장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공정위가 잘잘못을 명확하게 따지지 않고 하도급 업체의 신고에 의해서만 벌점을 부과하는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하도급 갑질 방지 제도가 건설사에는 이중 처벌로 돌아오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벌점을 받으면 벌금도 내야하고 이 때문에 영업정지까지 가는 일을 많이 봤는데, 대형사들은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요즘은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 자체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 중간에 설계가 바뀌면 도면을 다시 그리고, 공사비를 재산정하는 등 절차가 있는데 현장에서 일이 바쁘면 소장들이 임의로 변경 사항을 먼저 지시하기도 한다”며 “아무리 관리를 하려고 해도 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하도급 업체들이 이를 적어뒀다가 일이 틀어졌을 때 ‘서면 미교부’ 등으로 신고한다”고 부연했다.

B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하도급 갑질을 없애자는 방향성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가끔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예를 들어 가끔 하도급 관계자들이 실제로는 1억 정도 공사비가 더 들었는데 10억을 못 받았다고 뻥튀기 신고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건설사들은 법원에서 초과금액에 대한 부분을 다퉈야 하고, 초과 공사 금액이 1억원이란 판결이 난 후에 지급한다”며 “그러나 결국 이는 초과 공사 금액을 미지급한 사례로 남아 또 공정위 벌점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 벌점 제도가 좀 더 세분화 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갑질을 근절하겠다면서도 점수가 초과된 건설사들의 공공입찰 제한을 유예하고 있는 공정위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C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벌점 제도가 죄의 경중을 종합적으로 따지기보단 단순 실수에도 벌점을 주기 때문에 악용 사례도 늘고 있는 것 같다”며 “모든 갑질 행태는 잘못됐지만, 현재 대형사보다는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하도급 갑질이 더 심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경중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세분화된 제도를 만들고, 벌점이 초과된 경우 가혹하더라도 강하게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하도급 업체들의 허위 신고를 조금이라도 제재할 수 있는 대책과 함께 벌점을 받은 뒤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방안을 도입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D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신고를 하는 하도급 업체 측과 원도급 건설사들의 이야기를 종합 검토할 수 있는 공정위 체제를 바란다”며 “패널티를 받은 이후에도 벌점을 줄일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책임연구원은 “국내 현황에서는 규제의 필요성도 충분하지만, 단순히 제도적인 측면을 강화하기보다는 현장에서의 실행가능성에 중점을 둘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 상반기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생활SOC 3개년 계획 ▲노후 인프라 개선 등 사업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각각 24조원, 28조원, 32조원가량으로 총 100조원이 넘는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보다 더 큰 규모다.

액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건설공사 계약액 자료를 보면 2분기 공공공사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했다. 반면 민간공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에 그쳤다.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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