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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새판 짰다”···소재부품 탈일본 성공

[日수출규제 100일]삼성·SK·LG “새판 짰다”···소재부품 탈일본 성공

등록 2019.10.15 16:49

임정혁

  기자

궤변 가까운 ‘수출 규제’ 아닌 ‘수출 승인’ 압박LG디스플레이 ‘탈일본’···다른 기업 다각화 속속日 기업 삼성전자·SK하이닉스 놓칠까 노심초사

삼성·SK·LG “새판 짰다”···소재부품 탈일본 성공 기사의 사진

지난 7월 촉발한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100일을 넘기면서 양국의 자체 평가는 온도 차를 드러냈다.

국내에선 핵심인 반도체 소재와 부품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탈일본’에 속도를 내고 협력 업체들이 해당 자리를 메우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반대로 잡음을 일으킨 당사자 일본에서는 정부 조치에 갸우뚱하는 기업들의 시선이 많아지면서 다른 국가를 통한 우회 수출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가장 먼저 방점을 찍은 곳은 LG디스플레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불화수소 국산화를 추진한 결과 모든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대체했다.

불화수소는 식각과 세정 공정에 사용되는 것으로 LG디스플레이는 그간 국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라인에서 사용한 일본산 불화수소를 모두 국내 제품으로 대체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각화 움직임도 점점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일본이 언제든 추가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음으로 수입 다각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새로 판을 짠다는 방침이다. 양사 모두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탈일본이라는 좁은 의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특정 국가로의 편중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참에 일본뿐만 아니라 아예 꼭 필요한 수입 품목은 여러 나라로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일부 생산라인에 국산 액체불화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산 비중 감소라기보다는 반도체 소재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봐야한다”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와 협력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은 전 계열사를 중심으로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일본 소재를 모두 파악해 탈일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을 묻는 말에 직원들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당당히 답했다.

SK하이닉스도 이달 들어 일부 생산라인에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 대신 국산 제품을 투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렘테크놀러지가 중국산 원료를 수입해 재가공한 불화수소 제품과 자체 생산품을 SK하이닉스에 납품 중이다.

오히려 불안함이 감지되는 건 일본이다.

일본 언론을 통한 현지 수출 기업들의 불만이 속속 나왔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들에게 ‘대한민국 기업’에 앞서 ‘중요한 고객사’라는 의미가 더 크다. 지난달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는 “경제교류를 계속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대화가 필요하다”라는 일본 재계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국내 관계자는 “저런 소리를 이런 행사에서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처럼 일본 기업도 자국 정부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더 바람직한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 초반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가 아닌 ‘수출 승인’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쉽게 말해 조건 없는 수출이 아닌 정부가 허가한 품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이다.

이를 두고 국내에선 “간을 보는 것”이라는 비유까지 나오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이후 일부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다른 국가 법인을 통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우회 수출까지 알려지자 최근 일본 정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잇달아 수출 승인을 내놨다.

실제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가 시작된 이후 반도체 핵심 소재 3종 관련 모두 7건의 승인을 내렸다. 절차상에 번거로움과 ‘혹시나’하는 불안감은 생겼지만 사실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기체 불화수소 수출 2건을 추가로 허가했다. 이 기체 불화수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수입 물량이 허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반대로 승인 거부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가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요란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자국 내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각종 경제 지표에서 예상 못한 직격탄이 날아들자 슬쩍 넘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고가 노부유키 노무라 증권 회장. 사진=삼양홀딩스 제공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고가 노부유키 노무라 증권 회장. 사진=삼양홀딩스 제공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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