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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인기에 뜬 해외부동산, KB證 사고에 투자자 불안감 커진다

대체투자 인기에 뜬 해외부동산, KB證 사고에 투자자 불안감 커진다

등록 2019.09.05 17:43

임주희

  기자

수익성 저하된 증권사들, 新 수익창출 위해해외부동산으로 눈돌려···5년새 8배 이상 ↑규모 성장 대비 관련 인프라는 미비하단 평가우후죽순 늘어난 펀드, 관련 사고 재발 우려

대체투자 인기에 뜬 해외부동산, KB證 사고에 투자자 불안감 커진다 기사의 사진

국내 경기 부진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 부동산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KB증권이 해외 부동산 대출 사기에 휘말리면서 투자자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지시장에 대한 정보와 전문인력 부족 등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꼬집으며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가 커진만큼 이같은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판매한 32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투자 사모펀드가 해외 부동산 대출 사기에 휘말렸다.

JB자산운용이 설정하고 KB증권이 판매한 3264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인 ‘JB 호주NDIS펀드’는 호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장애인 임대 아파트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하지만 대출 차주인 호주 현지 사업자 LBA캐피탈이 대출약정 내용과는 다르게 해당 자금을 장애인 임대 아파트가 아닌 땅을 매입했다.

KB증권은 추가 실사 과정에서 현지 투자회사가 계약을 위반한 것을 확인하고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해당 펀드에는 기관투자가가 2360억원, 법인 및 개인 투자자가 904억원을 투자했다.

KB증권은 “LBA 캐피탈이 호주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으로 당초 매입하고자 했던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하고 매입 후에도 장애인 아파트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과다할 것으로 판단, 이에 따라 사업수지 악화가 예상되는 매입대상 아파트가 아닌 다른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초 대상자산의 매입이 아닌 다른 자산의 매입은 대출계약서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하여 회수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B증권은 “양사는 호주 현지에 현장대응반을 급파한 동시에 현지 법무법인인 Allens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자금 2015억원은 현금으로 기회수해 국내로 이체완료된 상태이며 투자자금의 일부인 882억원 상당의 현금 및 부동산에 대해서는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명령으로 자산동결을 한 상태”라며 투자자 손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선 KB증권이 투자금을 100% 회수하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회수 하지 못한 자금 중 일부는 LBA캐피탈이 땅을 매입하는데 사용된 상태다. 자금 회수를 위해선 해당 부동산 매각 등이 이뤄져야 한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자산동결도 한 상태이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해당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또 다른 펀드에서도 이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해외부동산 펀드가 수익률만 부각된 채 급격하게 성장한데다 그 중심엔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해외부동산이 성공만 하면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증권사는 물론이고 부서를 막론하고 해당 분야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의 경우 해당 프로젝트를 비IB부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지연으로 만기연장 사태까지 벌어진 독일 부동산펀드 파생결합상품(DLS)도 파생상품부서가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투자 인기에 뜬 해외부동산, KB證 사고에 투자자 불안감 커진다 기사의 사진

이런 경쟁으로 관련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지난 2014년 9조원 수준이었던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액은 2017년 31조원으로 국내 부동산펀드 순자산액을 넘어섰다. 지난 2일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액은 50조를 돌파, 국내보다 9조원 앞섰다. 하지만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개발 전 단계인 사업을 추진하는 단계에서 투자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 경우 개발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투자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데다 확실한 안전장치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설정 전 실사를 제대로 했다면 이같은 문제를 발견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설정 전 실사를 진행했을 때만해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가 실사 과정에서 계약 위반 사실을 파악했다. 만약 추가 실사가 없었다면 더 큰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

건물이 지어졌다고 하더라도 임대나 매각이 제 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그만큼 투자자의 유의와 안전장치가 필요한 사항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부동산의 경우 최소 몇천억에서 조단위로 돈이 움직인다”라며 “투자 성공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때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만큼 관련 인프라가 받쳐주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해당 펀드가 좋은 부동산 투자라기보다는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이 치솟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급성장해 온 만큼 문제점도 적지 않다.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와 이해도가 낮고 KB증권과 같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응도 문제가 된다”며 “증권사 내 해외부동산 관련 전문인력도 많지 않다. 그로 인해 적절한 대응이나 문제가 되는 부동산을 거르지 못해 향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운용보고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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