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R 효과’에 웃는 금융지주 회장들

금융지주 회장들이 최근 잇달아 진행한 해외 IR 활동의 사후효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CEO로서의 이름값을 높임과 동시에 각 회사의 주가를 올려놓으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최근 해외를 잇달아 돌며 투자자들을 적극 만나는 IR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북미 지역을 돌았고 현재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주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홍콩 등을 돌며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해외 IR 활동은 예정된 일이었다. 특히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적극 피력했고 그에 대한 실천 대안으로 활발한 해외 IR 활동을 약속하기도 했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 4월 14일부터 열흘간 캐나다와 미국 등에 체류하며 투자자들을 만났고 최근에는 일본을 홀로 방문해 신한금융그룹의 굳건한 한 축인 재일교포 주주 등 현지의 투자자들과 만났다.

윤종규 회장 역시 4월 초부터 홍콩과 호주를 거쳐 미국을 오가는 강행군을 직접 펼쳤다. 최근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주선한 ‘MS CEO 서밋’에 국내 금융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해외 활동에 적극적이다.

은행권의 소문난 ‘국제통’인 손태승 회장은 지난 19일부터 3박 4일간 일본과 홍콩을 오가고 있다. 현지의 ‘큰 손’과 잇달아 만나 그동안의 경영 현황과 앞으로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해외 IR 활동은 주가 상승으로 그 효과가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IR 활동 이후의 주가 상승세가 매우 뚜렷하다.

신한금융지주의 3월 말 주가는 4만원대 초반이었다. 종가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은 주가는 3월 28일의 4만1600원이었다. 그러나 조 회장의 IR 활동 직전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현재는 4만5000원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역시 신한금융지주와 주가 등락의 궤가 유사하다. 최근 3개월래 KB금융지주 주가의 최저점은 3월 28일의 주가였다. 하지만 윤 회장이 부지런히 해외를 움직인 후 주가는 빠르게 올랐고 5월 초 4만7000원대를 찍었다. 현재는 4만6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두 회장이 해외로 움직이는 시점에서 주가가 요동친 현상이 있었기에 은행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 역시 최근 3개월 주가 추이에서 3월 25일의 주가가 가장 낮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주가가 여전히 1만3000원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태승 회장의 IR 활동 효과가 발휘된다면 6월쯤에는 상장 이후 최고가인 1만6000원 이상을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물론 각 금융지주 회장들의 해외 IR 활동이 자동적으로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 짓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그러나 CEO가 직접 움직이면서 회사에 대한 투심(投心)을 자극한 것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주주 구성을 볼 때 절대다수에 이르는 외국인 주주들을 잘 달래주느냐에 따라 각 회사의 주가 상승 여부가 갈린다. 이 때문에 각 CEO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가면서까지 해외 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해외 IR 활동은 회사 가치 높이기는 물론 회장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적극적 해외 활동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활동적 CEO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롱런의 기반을 닦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국내외 모든 주주들에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