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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성재단, ‘상상(相廂):Herstory of the space’ 展

광주여성재단, ‘상상(相廂):Herstory of the space’ 展

등록 2018.11.12 14:27

김재홍

  기자

기획전시 공모 선정작···이연숙·유현주·석미숙·송재영 등 8명 출품 머리카락 빗겨주는 과정 통해 친밀한 관계의 모호성·연약함 조명

‘Mother and Mothers mother’ 작품 모습‘Mother and Mothers mother’ 작품 모습

어머니와 딸같이 친밀하면서도 머나먼 관계는 없을 것이다. “나처럼은 살지 말라”던 어머니는 어느새 “딸아, 나보다 더 평범한 엄마가 돼라”고 주문하고, 딸은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거야”를 외치다가 어느새 엄마를 따라 걷는 자신을 보게 된다. 제일 많이 상처를 주다가도 가장 밀접해 있고, 애증을 주고받다 결국 닮아있는 게 모녀(母女)다.

이 관계를 해석한 미술전이 열린다. 광주여성재단(대표이사 염미봉)이 13일부터 재단 내 8층 여성전시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상상(相廂):Herstory of the space’가 바로 그것.

이 전시는 여성문화예술콘텐츠 자원을 발굴하고 작가 및 기획자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광주여성재단이 올해 처음 추진한 제1회 「Herstory」 기획전시 공모전에 선정된 3개 팀 가운데 1개 팀이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이연숙 작가가 총괄 기획했다. 광주 출신인 이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를 졸업했다. 서울 금호미술관과 광주 신세계갤러리 등에서 18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광주 등 전국 곳곳의 다수 기획전과 레지던시, 공모전을 통한 전시기획과 협업을 왕성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서로(相) 행랑처럼 양쪽에 붙어있는 형상(廂)의 모녀 관계, 혹은 그처럼 내밀한 관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요약한다. 해서 전시 제목은 서로(相)의 형상(廂)에서 한자를 떼어내 ‘상상(相廂)’이 됐다.

사실, 이 작가가 주목하는 관계는 비단 모녀만이 아닌 우리가 맺고 있는 기본적 인간관계를 통칭한다. 가장 친밀하면서도 친밀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선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감정의 충돌에 주목한다. 그리고 전시 부제인 ‘Herstory of the space’는 개인이 겪은 사적 공간에 대한 기억을 다층적으로 표현한 공감각적 설치를 포함하고 있다. 즉, ‘살림집’이라는 개인 소유의 공간에서 관계를 맺는 모녀의 관계에 주목해 과거의 경험을 나열하며 친밀하면서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그 간극을 표현한다. 요약컨대 개인과 사회,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희생과 강요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부조화와 간극을 말하고 사회 속 개인의 존재라는 유한성과 유약함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에는 이 작가뿐 아니라 유현주, 임지형, 박형진, 박재순, 석미숙, 이지우, 송재영씨 등 8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미학자, 시각예술가, 무용가, 사운드 아티스트, 문인, 디자이너인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함의가 결합된 모녀의 관계를 통해 여성의 삶과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며 사적 공간에서 만들어진 내러티브를 공적 공간으로 끌어내어 관람객에게 축적된 이미지를 드러낸다.

전시는 사운드, 영상 및 공간 설치 등의 협업작품들로 채워지고 연계 퍼포먼스와 토크의 복합형태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첫 작품은 어린 시절 엄마가 머리를 빗겨주는 기억에서 시작된다. ‘엄마와 엄마의 엄마(Mother and Mother's mother)’ 시리즈를 통해 엄마의 반복되는 역할과 서로의 닮음을 이야기한다. 머리를 매만져주는 행위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미용사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한 여성의 인생과 오버랩 되면서 삶의 궤적을 드러낸다.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펌을 하는 노동은 서비스직 이전에 손님으로 마주한 그녀들과의 수다에서 정신적 치유에 가까울 때가 있다. 내밀하지만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바라보았던 딸의 어린 시절 기억과 엄마의 인생사가 담긴다.

전시장 입구에 직선으로 드리워진 실커텐은 머리카락을 상징하며 전시 공간의 시작을 알린다. 전시 공간 한복판에는 가변적인 공간 파티션이 대각선으로 서있고, 영상 공간과 그 외의 작업을 전시하는 공간을 분할한다. 공간 곳곳을 유영하는 이미지들과 퍼포먼스 영상,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작은 조각이나 파편화된 단어들의 작품, 텍스트 보드 등을 비치해 모녀를 뛰어넘는 인간의 관계를 내밀하고 다양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또 출품작 중 하나인 ‘Back to back’ 사진은 여성의 나체 위에 거꾸로 가발이 드리워져 여성성을 가리고 있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하는 작품으로 뒷모습과 앞모습을 뒤섞어서 그 모호한 경계를 지칭한다. 우리가 소위 알고 있는 관계에 대한 모호함과 또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연약한 관계의 구조를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전시팀은 12월 초께 광주여성재단 내 여성전시관에서 전시와 연계된 자율토크 세미나를 열 방침이다.

뉴스웨이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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