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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준 기자
등록 :
2018-01-12 12:12

수정 :
2018-01-12 13:56

가상화폐 시장 ‘쑥대밭’ 만든 黨政靑, 책임론엔 ‘몸사리기’

화근이 된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
靑 ‘거래소 폐지’ 수습 나섰지만… 시장 혼란만 부추겨
책임론 거센데 외면하는 黨政靑, ‘보신주의’ 지적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관련 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줘도 되나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의 제목이다. 그리고 비슷한 제목의 청원은 지난 11일부터 약 10만명이 동참하며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새해 신년사의 주제로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를 강조한 후 발생한 현상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준 것일까. 기자는 이날 게시판에 올라온 ‘정부가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청원인의 청원개요를 살펴봤다. 청원인은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국민들 상당수도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고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끼어들어서 ‘가상화폐 시장을 하락할꺼니까 내기를 하자’ ‘거래소 폐지’ 등을 논하는 것은 무식한 발언 아닌가”라고 알렸다. 이를 작성한 청원인과 비슷한 제목의 청원개요도 살펴봤다.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에 어떤 피해를 준 것일까. 본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부처뿐 아니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관계자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운운했고, 이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에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즉 당정청이 가상화폐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그럼 정부는 왜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운운한 것일까. 이는 그동안 가상화폐 시장에 적절한 정부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제가 없던 이 시장에는 ‘일확천금(一攫千金)’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 2030세대에서는 이 시장에 ‘올인’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경제를 구성하는 시장에 적신호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운운한 이유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정청은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당정청의 엇박자 모습은 지난 11일 제대로 드러났다. 화근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입에서 시작됐다. 그날 박상기 장관은 낮 12쯤 기자회견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 정부부처간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오후 2시쯤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때 “법무부 장관 발언은 부처간 조율된 것”이라고 했다. 박상기 장관과 최종구 위원장 발언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원성도 하늘을 찔렀다. 암울했던 가상화폐 시장 분위기 탓일까. 박상기 장관과 최종구 위원장 발언 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거래소 폐지가) 답은 아닐 듯”이라고,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폐지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각각 밝혔다. 그러자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반등했다.

당정청의 오락가락 발언은 가상화폐 시장에 소용돌이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12일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박상기 장관과 최종구 위원장은 고위공직자가 아닌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기자가 이날 살펴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 말 덕분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자산(비트코인 등)이 증발했는지 아는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 무슨 근거로 폐지를 운운하나. 내 돈이 어제 하루…” “(거래소 폐지 관련) 발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등 당정청을 향한 비판이 즐비했다. 아울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비판과 함께 ‘책임론’도 돋보였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론의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당정청은 눈치보기와 몸사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부처에서는 취재진이 ‘가상화폐’ 질문을 하면 피하기 바빴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다른 공무원은 “추후에 관련 브리핑이 있지 않겠나”라면서 확답을 피했다. 공무원들의 이러한 모습은 공무원사회 특유의 보신주의와 연관이 깊다는 지적까지 유발했다. 책임소재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는 무사안일 소신은 공무원사회 문제점으로 줄곧 지적된 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러한 문제점은 청와대와 국회에도 여파를 미친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이날 취재진과 만나 “(가상화폐 관련 사항은) 해당부처에서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조만간 당정협의를 통해 바로 잡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우승준 기자 dn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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