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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먹거리 앗아가는 脫원전

[대한민국 긴급점검]100년 먹거리 앗아가는 脫원전

등록 2017.09.26 08:35

주현철

  기자

韓, 최고 원전 기술 가지고 탈원전에 발목잡히나영국, 사우디 등 해외 원전시장 중국에 내어줄 판원전 다시 켠 일본···도쿄전력 원전2기 재가동 승인“탈원전 정책으로 수출 전략이 동력을 잃을지도”

사진= 한수원 제공사진= 한수원 제공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을 시작으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원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전산업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수익과 일자리 때문에 각광받는 먹거리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전산업의 연장선인 국제 원전 수주전에서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밝히면서 탈원전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문제는 해외 원전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현재 영국과 체코, 베트남 등에서 원전 수출 활동을 하는 한국전력이 국가 간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치열한 원전 수주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전 건설은 오랜 기간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 국가지원이 중요한데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면 실질적으로 원전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원자력 업계의 우려와 달리 우리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춤했던 세계 원전 발주가 영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 인도는 2030년까지 1500억 달러를 투입해 신규 원전 30기를, 영국도 2030년까지 16기를 건설할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다음 달 200억달러(약 22조6500억원)짜리 1400㎿급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위한 국제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또 필리핀, 체코,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원전 건설 발주를 준비하고 있어 대규모 원전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규모 원전 시장에 발맞춰 중국은 자국에서 원전 건설 경험을 축적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자국에 110기의 원전을 운영해 세계 1위 원전 대국이 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을 파키스탄에 2013년 처음 수출한 이래 아르헨티나·루마니아 등 국가에서 원전 10기를 완성했거나 건설하고 있다.

주로 신흥국 위주로 수출을 진행했던 중국은 중국광핵그룹이 작년 영국 남서부 서머싯주 힝클리포인트에 원전 2기를 짓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선진국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중국광핵그룹은 뉴젠 인수에 성공하면 영국 원전 4곳의 지분을 갖는다. 중국 입장에서 선진국 진출은 중국 원전이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인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정부도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유지해 온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모두 봉인 해제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6·7호기 재가동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원전 수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12월 아베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기본 합의를 거친 뒤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처럼 중국은 선진국 시장에 뛰어들고 일본은 원전을 재가동하면서 원전 수출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은 우리 정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장은 “정작 한국은 탈원전을 하면서 원전을 안 짓는데 전 세계 어떤 나라가 한국 원전을 사겠느냐”며 “원전은 지어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수명 60년간 운영·관리하는 것까지 포함해 수출이 이뤄지는데 탈원전과 함께 한국 원전 산업은 붕괴된 것”이라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일 경주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을 만나 “친환경과 함께 원전도 수출산업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리스크 관리가 잘 된다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침이 탈원전인 만큼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 4기를 수주할 때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가 UAE 정부에 각종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쳤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때에는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게 주효했지만 현 정부가 탈원전 논리에 얽매여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길 확률이 낮아진다”며 “원전을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육성하려던 우리가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상황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수출 전략이 동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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