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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겨울이 오고 있다’

[대한민국 긴급점검]수출, ‘겨울이 오고 있다’

등록 2017.09.26 08:25

주현철

  기자

WTO, 韓 수출 1∼7월 16.3%↑···10대 수출국 중 1위美, 한미 FTA 폐기 논의 접지만 압박은 이어질 듯中, 멈추지 않는 사드 보복···자동차 등 전산업 초토화

수출, ‘겨울이 오고 있다’ 기사의 사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대내외에 상존하는 리스크를 고려할 때 절대 녹록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과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으로 수출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하반기 수출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내놓은 ‘월간 상품수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수출 총액은 328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했다. 한국은 수출액 규모로는 주요 70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8위에서 두 계단 뛰어올랐다. 한국은 올해 1분기(14.7%)와 2분기(16.8%)에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반기 수출도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통관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늘어난 401억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두 자릿수 증가율은 1월 11.1%, 2월 20.2%, 3월 13.7%, 4월 24.2%씩 오른 데 이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품목별로는 13대 주력품목 중 9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반도체(87억6000만달러), SSD(5억4000만달러), OLED는(8억6000만달러)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또 자동차는 대부분 지역 수출 호조세와 지난해 파업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맞물려 상승세를 탔고 섬유도 수출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섬유원료와 섬유사 수출증가가 지속돼 지난달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처럼 우리 수출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하반기 하방 요인들이 산재하고 있어 하반기 수출 전망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G2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외 무역이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과는 한미 FTA 재협상을 두고 힘 싸움을 벌이고 있고 중국은 여전히 사드 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산업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우리 주력 수출 품목들이 위협을 받고 있어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G2는 우리 수출 1, 2위 수출 대상국이다. 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10년대 이후 줄곧 35%를 웃돌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대중 수출 비중은 23.2%, 미국은 12.1%를 차지했다. 동남아 등 이들 국가에 대한 우회 수출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측이 한미FTA 개정에 이어 폐기까지 도마 위에 올리는 등 압박 카드를 꺼내 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달 서울서 열린 FTA 공동위원회를 통해 접촉했음에도 시간을 버는 정도에 그친 상황이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 다수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미 백악관이 한미 FTA 폐기 논의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뜻을 의회에 전달하면서 한미 FTA 폐기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교역에 이로운 것으로 입증된 한미FTA가 폐기되면 우리나라에 미칠 수출손실액과 물동량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연은 한미FTA 재협상 시나리오에 따른 5년간 수출손실액이 66억~1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즉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대미 수출 중 3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무차별적인 경제 보복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 보복으로 한중 간 갈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이에 대(對)중국 수출은 올 2월부터 수출 증가 폭이 점차 감소세에 접어든 상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수출 증가 폭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던 주력 품목들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도 큰 골칫거리다. 특히 반도체, 조선업, 자동차 등 모두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중국은 반도체 D램 분야,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등에서 거세게 추격 중이다. 또 조선업은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계약마저 중국에 내주며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에 우리나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수출, ‘겨울이 오고 있다’ 기사의 사진

자동차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중국 현지 판매량은 7만여 대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가까이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납품 대금 지급 지연으로 중국 진출 이래 처음으로 현지 공장이 멈추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간 농식품 대(對)중 수출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한중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대중 농식품 수출은 6개월 연속 급감했다. 농식품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검역 당국 심사가 사드 배치 이후 엄격해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조치는 소극적이다. 정부는 이미 6개월 전 중국을 ‘최혜국 대우 규정 위반’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승리할 수 있다고 내부 법리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WTO 제소 카드를 선뜻 쓰지 않은 채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보복이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가 입을 손실은 최대 147억6000만달러로 추산되며 경제성장률을 1.09%포인트까지 떨어뜨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피해기업들에 대한 단기적 지원책과 함께 중국에 사드 보복에 대한 부당성을 지금보다 더욱 강력히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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