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7일 토요일

  • 서울 14℃

  • 인천 14℃

  • 백령 10℃

  • 춘천 12℃

  • 강릉 19℃

  • 청주 14℃

  • 수원 11℃

  • 안동 12℃

  • 울릉도 15℃

  • 독도 15℃

  • 대전 13℃

  • 전주 13℃

  • 광주 11℃

  • 목포 12℃

  • 여수 14℃

  • 대구 15℃

  • 울산 13℃

  • 창원 14℃

  • 부산 14℃

  • 제주 16℃

다시 시작된 기업 수사···움츠러드는 경영활동

[기업은 괴롭다]다시 시작된 기업 수사···움츠러드는 경영활동

등록 2017.03.21 07:49

한재희

  기자

檢, SK그룹 시작으로 본격적 기업 수사 나서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한 기업들 ‘전전긍긍’뇌물공여 피의자 될 가능성에 긴장감 높아져5개월째 반복되는 수사로 경영 차질 불가피

사상 초유 대통령 파면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에 주요 대기업들의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재계가 신음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 대한 뇌물 공여 의혹을 받는 기업들이 5월 째 수사를 받으며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이어, 특검, 검찰 특수본으로 이어지는 수사에 기업들은 ‘시계제로’ 상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했다. 해당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면서 청와대 측에 현안 해결을 요청한 정황을 집중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6일 검찰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수뇌부 3명을 소환한데 이어 18일에는 최태원 회장을 직접 불어 13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펼쳤다. 19일에는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지난달 말 박영수 특검팀 수사가 종료된 후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이 SK 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 수사 재개를 공식화한 뒤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21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두고 뇌물 혐의를 더 촘촘하게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SK그룹은 최태원(57) 회장의 사면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창근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그룹 수뇌부가 청탁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 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검토했으며,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을 통해 사면사실을 전달한 적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김 전 의장은 2015년 8월13일 안 전 수석에게 “SK 김창근입니다.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 사면시켜 주신 것에 대해 감사감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검찰 조사에서 최태원 회장은 물론 그룹 관계자등은 검찰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사면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면세점 인허가 특혜와 관련해서도 당시 면세점 점유율이 3%에 불과해 시장시배적 사업자로 볼 수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 역시 대가성 여부가 집중 조사 대상이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월드타워 면세점이 탈락했으나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뒤 지난해 4월 정부의 추가 면세점 사업권 선정에서 특허권을 재취득했기 때문이다.

13억원을 출연한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2015년 11월 박 대통령과 독대에서 사면을 청탁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CJ그룹은 13억원을 출연했다.

이에 기업들은 지난 5개월 동안 검찰 수사 물망에 올라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 질대로 좁아진데다가 이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쳐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적인 위험 요소도 있어 기업들의 위기감은 최고 수준이다.

특히 검찰이 본격적으로 기업들을 수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정부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에서 뇌물 공여 피의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기업들은 정부 강요에 의한 출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에서 뇌물죄가 성립되면 기업들 역시 뇌물공여죄를 피하기 힘들다.

SK나 롯데 등 기업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게 되면 일차적인 기업 이미지 타격은 물론 경영에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또 반(反)기업 정서를 자극해 대기업 규제 강화 여론이 형성되면 5월로 예정된 조기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규제 공약들이 대거 쏟아 질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SK와 롯데 모두 공격적 투자와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터라 총수 소환이 들어가면 이 모든 작업들이 대기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오너 경영체제에서 오너의 부재는 리더십의 부재로 이어진다. 장기적인 투자나 세부적인 계획 추진 등 경영의 방향을 잃을게 뻔하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를 외치며 경영진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등 경영 쇄신에 나섰던 SK그룹은 검찰 수사 장기화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각 계열사별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그룹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당장 SK하이닉스가 추진 중인 도시바 인수는 그룹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재계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에서 미르·K스포츠 출연금의 성격을 두고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한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등 최순실 게이트 본질과 관련해 필요한 수사 등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면서 “정확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사건을 종결짓고 이후 정치권력이 기업을 상대로 돈을 요구하는 관행이 없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권에 찍히면 검찰 조사를 비롯한 세무조사 등을 받을지도 모르는 환경에서는 이런 일들이 다시 반복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지난 5개월 간 수사가 반복 되면서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