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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연 기자
등록 :
2016-11-29 08:20

[부채재앙]가계부채 급증하는데…정부선 무조건 옥죄기만

가계당 2552만원…5년간 434兆↑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대출 크게 늘어
당국 대출억제에만 집중…경착륙 우려
전문가들 “근본처방 없이는 해결 못해”

정부가 지난 24일 8.25가계부채 관리 방안 후속 조치로 주택담보대출을 전방위로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유일효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한 경제 현안 보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하며 한국경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금융당국은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을 전방위로 압박해 가계대출을 잡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가계부채라는 폭탄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한동안은 증가 속도를 제어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이 국민의 소득증대를 통한 근본적인 관리가 아닌 대출억제에만 집중돼 자칫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2016년 3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가계부채는 129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말(1257조6000억원) 대비 3.0%(38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무려 11.4%(130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11년 800조원대에서 5년간 무려 434조4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참여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가 202조원 가량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 10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 7조4867억원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까지 고려하면 1300조를 훌쩍 넘는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인구 5106만9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평균 2552만원의 빚이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가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전이되며 질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지난 3분기 신협, 새마을금고 등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은 277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2%(11조1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2.9%(17조2000억원)보다 1.3% 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비은행권 대출의 이자 부담이 은행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이번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주담대 증가폭이 전분기 대비 소폭 축소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분기 대비 증가폭이 늘어 생활자금 등까지 가계대출이 침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대부업체 등을 통해 급전을 빌린 규모도 크게 늘어 대부사업자 등을 포함하는 기타금융중개회사를 통해 빌린 가계 빚은 129조5000억원으로석 달 만에 4조4000억원이 급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3분기(5조5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회사 등을 통해 빌린 판매신용도 늘어 증가폭이 전분기(7000억원)의 두 배 이상인 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잔액은 67조9000억원으로 뛰었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까지 더할 경우 가계부채의 전체 규모는 16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에서 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 생활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10월 말 자영업자 대출은 258조1000억원이며 비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집계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규모면에서도 질적으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지만 금융당국의 인식과 대처는 안이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 후속 조처’와 금리상승에 대응한 보완 방안을 발표했으나 일각에서는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그림대로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여 연착륙 시킬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대표적 부동산 부양책인 주택담보인정비율 LTV와 총부채상환비율 DTI 규제완화 재검토 등 현 정부에서 줄 곧 이어진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과거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 국내 충격이 덜했던 점에 대해 해외에서 LTV, DTI 규제를 주목했었다”며 “부동산 부양정책을 쓰면서 LTV와 DTI 규제가 완화됐는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대출 억제 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와 더 불어 주택시장의 공급 물량 확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방지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향후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에 대한 급격한 억제로 성장잠재력에 타격을 받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의 점진적, 단계별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며 “주거비, 공공요금 등 비소비지출 부담을 경감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구의 가처분소득과 소비여력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아연 기자 cs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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