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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경제 주체·글로벌 환경 대혼돈…순간의 결정이 100년을 좌우

한국은 지금 몇시인가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일상·경제 모두 바뀐다
달라진 경제구조…기존 경제논리 벗어난 넓은시야 필요
출발선에 선 후발주자 한국…‘작지만 빠른 물고기’ 돼야

대변혁의 시대...시작은 소통으로
지금 한국경제는 혼돈의 시대를 지나 대변혁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는 정치논리에 갇혀 퇴보하고 있고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독단과 독선에 묶여 정체하고 있는 사이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아젠다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융합과 소통.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독단과 독선의 시대를 넘어 소통과 융합을 통해 변화를 맞이할 때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에 있는 수령 1000 년 넘은 천연기념물 제30호 은행나무 아래로 소녀와 중년여성이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전기·난방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에너지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출근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부른다. 자율주행자동차이기 때문에 출근길 30여분 동안 오전 회의에서 논의될 자료를 전면유리 브라운관을 통해 검토를 한다. 옆 화면에는 가사로봇이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간수치가 다소 높게 나왔다며 점심시간을 이용한 의료로봇의 간단한 진료를 건의하고, 오늘 스케줄을 조정했다. 지난달 규모 5.5 지진이 발생했지만 30년 된 아파트임에도 내진·방진설계 등이 철저하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다.」

공상과학소설에 나올법한 일상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면 말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세 번의 산업혁명은 기계의 신체능력에 초점이 맞춰줬다면 4차 산업혁명은 지적능력에 대한 혁명이다. 우리 삶에서 TV나 냉장고, 자동차 등 일상생활에 밀접하고 깊숙이 관여하는 기계들이 지능을 갖게 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 대변혁의 시작…삶이 바뀐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차는 기계화를, 2차는 대량 생산을, 3차는 스마트폰을 통한 ‘한손 세상’을 현실화하면서 혁명을 일으켰듯 4차는 상상 이상의 모습이 현실화 돼 우리들을 증기기관차를 처음 봤던 19세기 사람들처럼 만들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는 2020년 이후 물리적·생물학적·디지털 간 영역이 허물어져 기술융합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측 가능한 미래는 인공지능(AI)의 보편화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활용·분석해 판단을 내려 우리의 의사결정은 물론 1·2·3차를 포함한 모든 부문을 잠식한다.

생활은 편리해진다. 카셰어링으로 더 이상 자동차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지고, 자율주행자동차가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물론 도로에 신호등도 필요가 없다. 택시·교통사고·대중교통의 필요성이 낮아진다.

스마트헬스로 병원은 치료 목적이 아닌 예방역할이 강조된다. 상시 건강상태 점검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원격의료가 보편화되며 의료로봇 등은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다양한 치료·수술 대안을 제시해 준다. 가상현실(VR)로 환자의 장기·관절 등을 관찰하고 가상수술은 물론 3D프린터로 제작한 인공관절 등으로 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한다.

WEF 보고서는 2025년 1조개의 센서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인체삽입형 휴대폰, 3D프린터로 제작된 간이 생체이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제구조의 혁명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경제부문의 대변혁을 일으킬 폭발력도 지녔다.

현재 가장 많은 우려와 논의가 진행되는 부문은 일자리다. 예를 들어 제조업의 경우 4차 산업혁명으로 생산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돼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실업자가 발생했던 때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숙련된 노동자에게는 보완재로 작용하면서 비숙련 노동을 대체할 때 실업이 발생하게 되고, 나아가 일부 직업군이 사라지게 된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의 경우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이자 변화에 대한 적응을 늦추는 요인이 될 여지가 있다.

‘생산-소비’라는 경제구조의 양대 축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대량생산보다 소수 소비자를 위한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져 생산과 소비의 균형 속에서 결정되던 가격, 물가의 기준변화가 불가피하다. ‘내가 쓰는 물건’에 대한 가격변화가 물가당국의 인식과 괴리감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에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이 재생산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다양해져 통화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상황은 기존 경제상식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 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올 전망이다. R&D, 교육·고용시스템 제반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에 중장기적인 선택적 집중이 필요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현재의 단순한 ‘확장적 재정’에 머물거나 경제성장률을 위한 단기성 부양책에 힘을 쓰면 안 되는 이유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개선과 법적 인프라 구축, 교육시스템 개선, 기초과학 육성 등의 지원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 미래에 투자하는 세계…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각국과 기업들의 투자는 기존 업역을 과감히 뛰어 넘는다. 단순한 수익 목적이 아닌, 생존이 걸린 치열한 경쟁이다. 선두주자인 미국의 경우 애플·구글·MS 등 소프트웨이 기업들이 자동차와 드론을 만들고 있다. 정부는 민간부문 지원을 위한 예산과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독일은 2006년부터 기술혁신 지원정책인 국가기술전략을 꾸렸고, 로봇분야 전통강호인 일본도 로봇산업과 타산업 간 연계를 꾀하고 있다. 다소 뒤늦게 출발한 중국은 ICT, AI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술력을 흡수할 기세다.

글로벌 생존경쟁은 이미 시작됐지만,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다. 수년째 저성장에 허덕이면서도 눈앞에 있던 신성장동력을 좀 더 이른 시간에 알아채지 못했다. 정부보다 글로벌 트렌드 변화와 향후 예측에 예민한 기업들조차 반응이 느렸다. 주요국에서는 자율주행전기차가 거리를 달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정부·기업의 본격적인 지원·투자가 시작된 지 1년밖에 안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내년 미래성장동력 예산을 1조원 늘렸다. 문어발식 사업추진과 거대화를 추진했던 우리기업들에 대해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작지만 빠른 물고기가 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미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잡기 경쟁이 시작됐다”며 “주력산업 부가가치를 높이고 미래먹거리를 찾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기술인 지능정보기술 선점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산업화 속도가 높은 10대 분야를 우선 집중 지원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알파고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며 “산업의 덩치만 키우는 것보다 스타트업이 자리잡을 수 있는 생태계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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