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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면 기업 때리는 정부···재계도 맥 빠진다

툭 하면 기업 때리는 정부···재계도 맥 빠진다

등록 2015.05.12 09:32

정백현

  기자

포스코·동국제강·두산 등 검찰 표적기업司正 정당성·순수성 찾기 어려워지지율 올리려면 기업 사정보다 정치 혁신이 우선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 반면교사 삼아야

올해 1분기 막바지부터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인 기업 사정 활동이 재계의 스트레스지수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이제는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올 3월 들어 정부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포스코건설을 비롯해 경남기업 등 일부 기업에는 압수수색이 단행됐고 다수의 기업인이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택했다. 경남기업은 여전히 사정 소용돌이의 핵심에 있다. 자원외교 비리 캐내기에서 시작된 수사가 성 전 회장의 로비 활동 행적 캐내기로 확산된 모양새다.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가 시작된 이후 사정당국 레이더에 감지된 기업은 30대 기업 중 어림잡아 10개 안팎에 이른다. 세무조사로 인해 조사관들이 들이닥친 기업까지 세면 재계 최상위권 그룹 외의 대부분 기업이 사실상 사정 대상에 올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인수 과정에서의 특혜 시비 등 포스코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 이후 정부의 사정 칼날이 기업이 아닌 정치권으로 향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미 시작된 수사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특혜 여부를 잡아내기 위해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의 자택과 전 전 회장 관련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사례다.

중견 철강기업인 동국제강은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사정 폭탄에 고생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이 2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해 이를 해외 도박 자금으로 쓴 혐의를 받고 7일 구속됐다. 장 회장의 구속 이후 동국제강은 동생 장세욱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를 택했다.

두산그룹은 산하 대학인 중앙대학교와의 유착 논란과 연루돼 있다. 2005년부터 6년간 중앙대 총장을 맡았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범죄 사실이 밝혀진 이후 사정당국의 칼날이 두산그룹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두산그룹이 지난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이후부터 다수의 계열사들이 박 전 수석 소유의 뭇소리재단에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한 점과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두산타워 상가를 평균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분양을 받은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수석과 두산그룹의 유착 정황을 캐내기 위해 조만간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을 소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회장은 2008년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를 최종 결정한 인물이며 최근까지 중앙대 이사장을 맡아왔다.

직접적인 사정 칼날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총수가 수감된 기업들은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사면 제도에 대한 손질을 간접적으로 지시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중남미 4개국 순방 귀국 이후 처음으로 가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고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 등을 사례로 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면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도록 특별사면 제도의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 이후 총수의 석가탄신일 또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내심 기대하던 SK그룹과 CJ그룹, LIG그룹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특히 회삿돈 횡령 혐의로 지난해 2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태원 SK 회장은 역대 기업인 중 최장기간인 2년 3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가석방 요건(형기의 33%, 최 회장은 16개월)을 이미 오래 전 채웠지만 정부가 이처럼 강하게 나선 탓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재계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부의 사정 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업의 부조리를 바로 잡기 위한 정당한 사정 활동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순수성 측면에서 이미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목소리다.

특히 올해 초부터 계속 되고 있는 사정이 지지율 하락으로 레임덕 위기에 빠진 박근혜 정부가 ‘기업 때리기’ 정책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일시적 방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기업 때리기를 통해 지지율 반등 효과를 이끌어 낸 전례가 있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13년 초 정부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KB국민은행, 롯데정보통신, LG디스플레이 등 금융계와 재계를 대상으로 이뤄진 강력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새 정부의 이른바 ‘개점효과’를 등에 업고 반년 가까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의 최근 사정은 2년 전의 사례를 바탕으로 또 다른 실적을 내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이에 재계는 “한 번은 속아도 두 번은 안 속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말로만 투자가 용이하도록 도와준다고 하면서 뒤로는 등에 칼을 꽂고 있다”며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내려면 기업 때리기보다 정치 혁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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