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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경부 직원 “IMF때 한화 안나섰다면 부도 났을 것”

전 재경부 직원 “IMF때 한화 안나섰다면 부도 났을 것”

등록 2013.12.06 08:27

수정 2013.12.12 09:58

최원영

  기자

‘외환위기 당시 한화그룹이 부실했던 한유통과 웰롭을 구원하지 않았다면 3개월내 그룹이 부도 났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한국 거시경제는 물론 개별기업집단 조율까지 맡았던 전 공직자의 발언이다.

5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 등 혐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재경부 직원을 불러 그 당시 경제적상황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한화의 부실계열사 지원이 합당했는지를 가늠해 보는 게 핵심이었다.

이날도 김 회장은 간이침대에 의지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3차때와 같이 1시간40여분간 진행된 4차 공판 내내 자리를 지켰다. 특별히 건강이 호전 됐다기 보다는 충실히 재판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날 공판에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부 금융정책과에 근무한 진영욱 씨를 채택했다. 진씨는 75년부터 99년까지 재무부 등 공직에 몸 담은 바 있다.

검찰은 한유통과 웰롭을 김 회장 개인의 위장계열사로 보고 있다. 그것이 김 회장이 다른 계열사에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이들 부실기업들을 살리려 한 이유라는 주장이다. 반면 변호인측은 당시 외환위기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연쇄 부도를 방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이날 변호인측은 한화 등 대기업들이 왜 부실기업인 한유통과 웰롭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견해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변호인측은 진 씨에 “IMF 당시 갑 그룹의 계열사 A회사가 미신고 계열회사 B기업에 대해 지급보증을 했다. B기업이 부실을 겪는 상황에서 A회사가 그 부도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후 갑 그룹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에 진 씨는 “길어야 3개월내 갑 그룹은 부도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갑 그룹은 ‘한화그룹’을, 계열사 A회사는 ‘빙그레’, B기업은 ‘한유통’과 ‘웰롭’을 말한다.

진 씨에 따르면 당시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종합금융사(이하 종금사)들은 기업들이 자금차입을 요청하면 계열사 중 신용이 좋은 곳에 여신을 일으켜 빌려주곤 했다. 따라서 계열사 중 하나가 무너진다면 주 계열사 기업들이 총동원돼 최선을 다 했는데도 못 막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계열사 하나라도 부도가 나면 기업 전체의 신용도는 땅에 떨어져 더이상 자금 차입이 이뤄지지 않아 그룹이 무너지는 게 일반적이며, 이는 주도권을 종금사가 다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진 씨의 설명이다.

당시 특정 기업의 사정이 안 좋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종금사들은 여지없이 차입금 상환을 재촉하던 때다. 당시 한화는 가장 차입금이 큰 기업 중 하나라는 언론 보도가 끊이질 않았고 따라서 한화는 부실한 계열사를 도울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 기업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부실 계열사를 쳐내는 소위 ‘꼬리 자르기’는 그 당시 불가능 했다는 게 진 씨의 주장이다.

진 씨는 “계열기업 중 하나를 선별적으로 잘라낸다면 기업집단들의 기강은 다 무너졌을 것”이라면서 “누구든지 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자기만 살겠다고 모든 기업들이 그렇게 했다면 경제 자체가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측은 “한유통과 웰롭를 지급보증했던 빙그레는 당시 한화의 계열사이긴 했지만 김승연 회장과 친인척 관계로서 소송문제 등이 있어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런 사정은 종금사들이 더 잘 알지 않았겠느냐”면서 “그럼에도 종금사들이 빙그레를 한화의 계열사로 보고 신용도를 판단했겠느냐”고 물었다.

진 씨는 “규율상 계열 기업에 들어가 있는 한 종금사 등이 절대 예외로 처리할 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 김승연 회장의 일부 배임행위에 대해 양형 기준이 될 수 있는 여수 소호동의 ‘부동산 감정평가’가 제출됐다. 검사측은 제출은 됐지만 아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평가 결과 등을 2주 후에 밝히기로 했다. 저가매도 혐의를 받았던 부동산의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김 회장의 형량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5차 공판은 오는 19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여수 소호동 부동산 가치를 평가해 제출한 감정평가사와 드림파마 관계자가 증인으로 서게 될 예정이다. 또 변호인측은 오는 26일 6차 공판 겸 결심에서 최종변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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